[주말인터뷰] ‘보상선수→국가대표’ LG 임정우의 역전드라마

입력 2016-11-1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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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소속이던 임정우는 2011시즌이 끝난 뒤 FA 조인성의 이적에 따른 보상선수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에도 확실한 자기 자리를 찾지 못했지만, 올해 LG의 마무리를 맡아 팀의 PO 진출에 기여했고, 2017 WBC 대표팀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며 최고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스포츠동아 DB

2012년만 해도 LG 임정우(25)는 21번째 선수였다. 2011년 4라운드 26번으로 SK 유니폼을 입었지만 이듬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SK로 이적한 조인성(41·현 한화)의 보상선수로 팀을 이동했다. 보상선수는 20인 보호선수 외 선수들 중 한 명이다. LG의 선택을 받은 그는 21번째였던 셈. 그러나 지금은 팀에서 반드시 보호해야 할 선수로 부상했다. 2015시즌 후반기부터 필승조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하더니, 2016년에는 처음으로 마무리를 맡아 구원 2위에 올랐다. 그 실력을 인정받아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팀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무도 모르는 낯선 팀에 적응하느라 힘들었던 때가 있었고, 보직 없이 떠돌던 시기도 있었다. 그래도 묵묵히 한 단계, 한 단계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 결과 그는 KBO리그에서 손꼽히는 클로저가 됐다. 성공적인 올 시즌을 마친 뒤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내년 WBC와 시즌을 위해 몸을 만들기 시작한 임정우를 잠실구장에서 만났다.

LG 임정우. 스포츠동아DB



● “국가대표가 될지 예상도 못했다”


-국가대표로 뽑힌 것을 축하한다. 예상은 했었나.

“1차 엔트리에 뽑혔을 때 기분은 좋았지만 최종엔트리까지 이름을 올릴지 정말 몰랐다. 워낙 쟁쟁한 선수들이 많아서 ‘난 안 되겠구나’ 싶었는데 갑자기 친구들이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더라. 당시 일본에 있어서 ‘왜 갑자기 축하를 해주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WBC 대표팀에 뽑힌 거였다. 올해 목표했던 바를 모두 이루게 돼 기뻤다. 동료들이 함께 기뻐해줘서 기분이 더 좋았다.”


-올 시즌 목표했던 것 중에 국가대표도 포함돼 있었나.

“올해 20세이브, 3점대 방어율을 목표로 잡았는데 모두 달성했다(28세이브·방어율 3.82). 막연하지만 ‘국가대표도 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는데 솔직히 이뤄질지는 몰랐다. 아직 실감은 안 난다. 처음이라 잘 모르니까 긴장되기도 한다. (우)규민이 형이 같이 가게 돼 정말 다행이다.”


-대표팀에 가면 배울 점이 많다고 한다.

“나 역시 기대하고 있다. 유명한 선수들이 다 모여서 함께 야구를 하는 거니까 좋을 것 같다. 근데 걱정이 된다. 아는 선수가 (우)규민이 형과 (민)병헌이 형, (허)경민이 형 정도다. 막내라서 형들 보고 잘 따르면 될 것 같다.”


-LG에서 마무리를 맡았다. 대표팀 보직은 생각해봤나.

“보직은 내가 결정하는 게 아니다. 또 중요하지 않다. 예선을 치르면서 기회가 오면 열심히 던질 생각만 하고 있다.”

LG 임정우. 스포츠동아DB



● “마무리를 하면서 많이 배운 시즌”


-올해 이루고 싶은 것을 다 이뤘다.

“패(8패) 많은 것 빼고는….(웃음) 패는 지우고 싶다. 패가 계속 나올 때는 ‘내가 왜 이러나’ 싶었다.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했다.”
(임정우는 6월 한 달간 11경기에 나가 5패를 기록했다. 방어율도 12.10으로 치솟았다. 그러나 위기를 극복한 7월부터 33경기, 16세이브, 방어율 2.50의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6월 위기가 있었다. 어떻게 극복했나.

“시련이 계속 되니까 나중에는 마음을 놓게 되더라.(웃음) 이상하게 편하게 마음을 먹은 순간부터 컨디션이 좋아졌다.”


-류제국이 ‘마무리 임정우’를 처음에는 걱정했는데 지금은 든든하다고 하더라. 동료들도 인정하는 마무리로 성장했다.

“마무리로 1년을 뛰면서 야구가 많이 는 것 같다. 처음에는 잘 안 되다보니까 부정적인 생각이 많았다. 마무리는 그날 경기가 끝나면 다 털어내고 다음 경기를 준비했어야했는데 안 좋을 때는 스트레스가 다음날, 그 다음날까지 계속 이어졌다. 지금은 그날 끝나면 결과에 상관없이 다음날 경기에 집중하는 법을 터득했다.”


-양상문 감독이 올 시즌을 시작하기 전 풀타임 마무리라고 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나는 원래부터 중간투수가 하고 싶었다. 구종이나 공 던지는 스타일은 선발감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이상하게 공 던지는 체력이 안 늘었다. 뛰는 거나 훈련하는 체력은 전혀 문제가 없는데 공을 오래 던지는 건 잘 안 되더라. 짧은 이닝에 강한 공을 전력으로 뿌리는 게 잘 맞다고 생각해서 필승조를 목표로 준비했다. 솔직히 마무리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2015시즌 막판 마무리로 등판했을 때 좋은 모습을 보였던 게 올해까지 이어진 게 아닌가 싶다.”


-마무리를 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나.

“동료들을 많이 생각하게 됐다. 내가 등판하면 (오)지환이 형(유격수), (손)주인이 형(2루수), 히메네스(3루수)까지 다 응원해준다. 히메네스는 내가 흔들리면 대놓고 ‘직구 던지라’고 주문하고,(웃음) (오)지환이 형은 ‘야수들이 너만 보고 있으니까 수비 믿고 던지라’고 항상 말해줬다. (손)주인이 형은 ‘괜찮다’고 격려해줬다. 덕분에 긴장감이 많이 풀어졌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나도 마운드에 오르면 내 뒤에 야수들을 생각하게 되더라. 야수들이 힘들지 않게 공을 던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부분이 달라졌다.”

LG 임정우(오른쪽). 스포츠동아DB



● “LG?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기회의 땅 됐다”


-올해 정규시즌에도 잘 했지만 마무리로는 처음이었던 포스트시즌에서도 인상 깊은 활약을 펼쳤다.

“경험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꼈다. 이번 포스트시즌을 하는데 하나도 안 떨리더라. 2013년, 2014년 가을야구를 할 때는 경기에 한 번씩밖에 안 나갔는데 올해 그때 경험이 도움이 됐다. 큰 경기를 한다는 게 선수한테는 플러스가 된다고 느꼈다.”


-임정우는 보상선수였다. 그러나 마무리로 성공을 거두면서 21번째 선수에서 이제는 팀에서 보호해야 할 선수 1순위로 거듭났다.

“2012년 LG에 왔을 때는 많이 낯설었다. SK는 입단한 팀이었고, 1년 정도 지내다보니 정이 많이 들었었다. 보상선수로 LG에 왔는데 아는 선수가 한 명도 없더라. 처음에는 적응도 잘 못하고 제대로 공을 못 던져서 1, 2군을 오갔다. 다행히 2013년부터 좋은 코칭스태프를 만나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기회도 많이 부여받았다.”


-기회를 부여받았지만 지난해까지는 특별한 보직이 없었다.

“맞다. 2013년부터 패전조, 추격조, 땜질선발 다 했다. 보직 없이 필요할 때 무조건 마운드에 올라갔다. 2014년, 2015년까지도 왔다갔다 많이 했다. 2015년 후반기 마무리 자리가 비면서 운이 좋게도 나에게 바통이 돌아왔다. 잘 버티려고 노력했던 게 좋은 결과로 돌아왔다.”


-이제는 국제대회까지 경험하게 됐다. 외국인타자를 이겨보고 싶은 마음은 없나.

“해보고 싶은 일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올라가면 좋겠다. 연습경기 때 잘 하면 좋은 보직을 받을 수 있겠지만 그보다 패전조로 나갔다가 추격조로, 추격조에서 필승조 등 단계를 밟고 싶다. 그러려면 계속 국가대표에 뽑혀야 하는데 꾸준히 야구를 잘 해야 할 것 같다.”


-성공적인 한 해를 보냈는데 내년 시즌 목표를 세웠나.

“내년에는 올해보다 패를 줄이고 싶다. 또 30세이브를 목표로 뛰겠다.”


-그래서 일찍부터 훈련을 시작했나.

“2015시즌 끝나고 마무리훈련부터 운동을 열심히 했다. 준비를 많이 한 게 2016시즌 도움이 됐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체력이었다. 마무리로 한 시즌을 뛰다보니 몸무게가 81~82㎏에서 77㎏까지 빠지더라. 앞으로 5㎏ 정도 더 찌울 생각이다. 러닝보다는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근력을 키워서 WBC와 시즌을 모두 치를 수 있는 체력을 만드는 게 1차 목표다.”


임정우


▲생년월일=1991년 4월 2일

▲키 188cm,몸무게 77kg

▲우투우타

▲출신교=서울도곡초∼영동중∼서울고

▲입단=2011년 SK 4라운드 26순위∼2012 LG 보상선수 이적

▲2016시즌 성적=67경기 3승8패·28세이브·방어율 3.82(70.2이닝 30자책점)

▲2016시즌 연봉=1억2500만원

잠실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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