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이병규 “잠실 함성이 그리울 것 같다”

입력 2016-11-25 16:14: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LG트윈스 이병규(9). 스포츠동아DB

LG 이병규(42)의 은퇴 기자회견이 열린 25일 잠실구장. 그간 쏠린 관심을 증명하듯 많은 취재진이 그의 마지막을 함께 했다. 그는 “이렇게 많이 오실 줄 몰랐다”며 놀란 눈치를 보이면서도 이내 담담하게 은퇴 기자회견에 임했다.

음력 생일이었던 전날 저녁, 은퇴를 최종 결심했다는 그는 수염을 채 깎지 않은 얼굴로 잠실구장을 찾았다. 그간의 고민이 짙게 드러난 모습이었다. 인터뷰 중간 중간 옅은 한숨을 내쉬기도 했고, 허탈하게 웃어 보이기도 했다. 다음은 이병규와 일문일답.


-힘든 결정이었을 듯하다.

“마지막까지 은퇴를 생각하지 않았다.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결정이 늦어졌다.

현역 욕심이 있었지만 고심 끝에 어제(24일) 저녁에 (은퇴를) 결심했다. 보류선수 포함 문제로 구단과 협상하는 문제도 피하고 싶었다.”


-많은 이들과 상의를 했을 텐데.

“올 시즌이 끝나고 가을야구가 시작할 즈음부터 고민했다. 가족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여기서도 의견은 갈렸다. 은퇴를 하자는 쪽과 선수생활을 연장하는 쪽으로. 그래서 더 고민을 하게 됐다.”


-올해 2군에 오래 머물렀다. 어떤 생각으로 지냈나.

“(잠실 그라운드를 한 손으로 가리키며) 여기만 생각하며 버텼다.”


-팀을 옮겨서라도 선수생활 연장할 생각은 없었나.

“안 해봤다면 거짓말이다. 그런데 1997년부터 LG에 들어와 뛰었다. 결국 답은 LG였다. LG를 떠날 생각이 없없다. 여기서 마무리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했다.”


-향후 계획은.

“쉬면서 생각해보겠다. 구단과도 상의해보겠다.”


-가족들은 무슨 말은 건네던가.

“어제가 내 (음력) 생일이었다. 그래서 가족들과 저녁식사를 하며 아버지께 말씀드렸다. 운동을 그만둬야 할 것 같다고. 그래도 가족들이 제 결정에 따라주셨다.”


-운동을 그만두며 어떤 생각이 떠올랐나.

“그런 건 처음이었다. 아무 생각이 안 나지 않았다. 힘든 밤이었다. 그래도 결정하고 나니 홀가분하긴 하다. (한숨을 한번 쉬며) 서운한 점이 많았다. 콕 집어 얘기할 수 없지만 서운하다. 잠실에서 뛰어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쉽게 미련을 못 버렸다.”


-최종전 당시 심정은 어땠나.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것이 내 마지막 타석이라는 생각을 했다. 더 이상 여기 설 수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팬들께서 그날 많이 응원해주셨다. 그 함성을 또 들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현역시절 기억에 남는 순간은.

“여러 순간이 떠오른다. 신인 시절 조계현 선배님의 공을 안타로 만든 다음 인터뷰를 한 날.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 준우승에 그친 날. 2013년 10월5일 플레이오프를 확정지은 날. 2016년 10월8일 시즌 최종전까지.”


-우승에 대한 아쉬움은.

“아쉽다. 팬들께 한번도 보여드리지 못해서 죄송하다. 동료들도 그 부분에 대해서 가장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을 듯하다.”


-마음에 드는 별명은.

“적토마란 별명이 좋다. 그만큼 열심히 뛰었기에 붙여주신 별명으로 생각한다.”


-어떤 식으로든 그라운드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동안 많이 배웠던 점을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부족하지만 도움이 되고 싶다.”


-그간 베테랑들의 뒷모습이 아름답지 못한 경우가 많았는데.

“여러 선배님들이 떠밀리듯 유니폼을 경우가 있었다. 이제는 그런 모습이 없었으면 한다. 멋진 모습으로 은퇴하는 장면이 많았으면 좋겠다.”


-이병규에게 LG 트윈스란.

“가족이다. 어쩌면 가족보다 더 많은 생각을 보냈다. 이제는 진짜 가족들과 좋은 시간 보내겠다.”

잠실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