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석의 팁인] 심판 14명 뿐인 KBL…예고된 파행

입력 2016-11-29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시즌 개막 이전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던 심판 부족 문제가 결국 탈을 불렀다. KBL 경기본부는 14명(정식 13명·객원 1명)으로 심판진을 꾸렸다. 하루에 5경기가 열리는 정규리그 최종전을 치를 수도 없는 숫자다. 사진제공 | KBL

심판 인원이 턱없이 부족한 남자농구
징계 심판, 출장정지 줄이고 제재금↑
주심급 심판은 매일 경기…부담 가중


‘2016∼2017 KCC 프로농구’ 개막부터 심판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 심판의 자질을 떠나 14명(정식 13명·객원 1명)으로 시작한 만큼 ‘온전하게 시즌을 치를 수 있을지’ 걱정을 샀다. 정규리그 최종 5경기는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열린다. 14명은 정규리그 최종전을 치를 수도 없는 숫자다. 게다가 시즌 도중 판정 문제로 징계를 받는 심판이 나오면 가용인원은 줄어든다. 이 경우 몇몇 심판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다. 게다가 지난 시즌을 마친 뒤 그나마 얼마 없는 베테랑 심판 4명이 KBL을 떠났다. 이런 문제들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KBL 경기본부는 14명으로 새 시즌에 돌입했다.

결국 탈이 났다. KBL은 25일 심판 6명에 대한 징계를 발표했다. 19일 KCC-KGC전, 22일 kt-모비스전에서 똑같은 룰을 잘못 적용한 심판 6명의 징계를 확정했다. 경기별 심판 1명씩에게 2경기 출장정지와 제재금 200만원, 나머지 심판 4명에게 각각 1경기 출장정지와 제재금 60만원을 부과했다. 그러면서 KBL은 한 가지 흥미로운 설명을 덧붙였다. KBL은 “재정위원회는 경기출장정지보다 제재금 위주로 심판들을 징계한 배경으로, 심판부 인원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판정 문제를 일으킨 심판들의 경우 일정 기간 배정을 정지하고 재교육 후 다시 경기에 투입하는 것이 정상적이지만, 부족한 심판수를 고려해 제재금을 더 내게 했다는 것이다.

해당 심판들의 코트 복귀에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9일 경기로 징계를 받은 심판 3명 중 2명은 25일 복귀했다. 이 중 한 명은 25일, 26일, 27일 경기에 잇달아 투입됐다. 이를 바라본 현장 지도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22일 경기로 징계를 받은 심판 3명 중 1명은 27일 경기에 주심을 맡았다.

그런데 22일부터 27일까지 치러진 경기들에 배정된 심판을 살펴보면 재미난 사실이 하나 드러난다. 주심급 심판 2명이 23일부터 27일까지 매일 투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심판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징계도 제대로 줄 수 없고, 시즌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심판들에게 부담이 가중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심판을 담당하는 KBL 이재민 경기본부장은 “개인 특성까지 고려한 징계 결정이었고, 징계기간을 마친 뒤 경기에 배정됐기 때문에 절차상의 문제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프로농구를 관장할 심판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14명으로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 심판부를 개혁하는 과정이어서 지금처럼 어려운 점이 있지만,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심판과 관련된 모든 구성원이 노력하고 있으니 이해해달라. 감독들에게도 이런 점을 설명했고, 이해를 구했다. 우리가 무조건 잘하고 있다고는 말하지 않겠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KBL 경기본부가 갖고 있는 고충이나 어려운 점도 충분히 이해는 간다. 그러나 현장 지도자들과 선수들, 팬들이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된다는 것이 문제다. 모두가 ‘아니다’라고 하면 왜 그런 반응이 나오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KBL 경기본부는 “소통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불통’이라고 지적하는 시각이 많은 현실에 눈을 감아서는 안 된다.

최용석 스포츠1부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