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리포트] MLB구장 전문가가 본 고척돔 그라운드 현주소

입력 2017-01-2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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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구장 유지·관리의 권위자로 꼽히는 머레이 쿡 MLB 자문위원은 24일 고척스카이돔을 방문해 노하우를 전수했다. 쿡은 2017 WBC 1라운드가 열리는 고척돔을 직접 살핀 뒤 정비 상태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고척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고척돔은 정말 멋진 구장입니다. 관리도 잘했어요.”

2017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서울 라운드(1라운드)가 열리는 고척스카이돔의 보수작업이 한창이다. 22~26일에는 메이저리그(MLB) 구장 유지·관리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머레이 쿡의 주도로 그라운드 정비가 진행되고 있다.

24일에는 KBO리그 10개 구단의 구장 관리 담당자인 ‘그라운드 키퍼’들을 초청해 교육도 진행했다. 쿡은 교육 참가자들의 질문 하나하나에 성실히 답하며 궁금증을 풀어줬다. 불펜과 홈플레이트, 마운드, 베이스 주변의 흙 관리법과 정확한 거리 측정 방법 등을 설명하자 그라운드 키퍼들의 눈이 반짝였다. 한 그라운드 키퍼는 “정말 많은 것을 얻고 간다”며 활짝 웃었다.

머레이 쿡 MLB 자문위원. 고척|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선수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다”

쿡은 정비 작업 내내 선수들의 안전을 강조했다. 특히 지하에 위치한 불펜에서 투수판 교체 과정을 설명할 때는 잠시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다. 기존 고척돔 불펜의 투수판은 납작한 직사각형 형태였는데, 1년에 한 번씩 위치를 바꾼다고 해도 2개면만 사용 가능한 단점이 있는데, 이번에 새로 설치한 정사각형 형태의 투수판은 4개 면을 4년간 쓸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그는 “2004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미·일 올스타전에서 로저 클레멘스가 투수판 문제로 다쳤다”며 “프로 경기를 치르는 구장의 투수판은 6㎡의 정사각형 형태여야 한다. 균형이 잡혀 있어 투수들도 밟기 편하다. 또 불펜 사이의 거리는 최소 8피트(약 2.44m)에서 10피트(3.05m)로 맞춰야 한다”고 했다.

흙 관리법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했다. 실제로 잘 관리된 흙도 경기하다 보면 선수들의 스파이크에 금방 파이고, 이에 따라 불규칙바운드 등의 변수가 발생한다. 쿡도 이를 지적하면서 수분 공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선수들의 스파이크에 흙이 파이면서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한다”며 “품질이 좋은 흙을 쓰는 것은 기본이고, 선수들이 자주 밟는 1루와 2루 사이에는 딱딱한 흙(하드클레이)을 깔고 수분 공급을 잘해줘야 한다. 하드클레이는 덜 파인다는 장점이 있지만, 타구의 바운드가 일반 흙보다 크므로 수분 공급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머레이 쿡 MLB 자문위원. 고척|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고척돔 문제없다. 정비하면서 보람 느껴”

쿡이 고척돔을 방문한 목적은 WBC 서울 라운드에 맞춰 최적의 그라운드 상태를 만들기 위해서다. 그라운드의 흙과 불펜의 투수판을 교체하는 등 여러 작업을 거치고 있지만, 기본적인 관리는 잘됐다는 평가다. 쿡은 “한국에서 WBC가 열리는 것이 처음이다”며 “고척돔은 매우 멋진 구장이고, 관리도 잘해서 많은 추가작업이 필요하진 않다. 도쿄, 과달라하라(멕시코), 마이애미(미국) 등 다른 구장과 같은 작업만 하면 된다. 서울시설공단의 그라운드 키퍼들과 함께 일하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쿡이 귀국한 뒤에도 서울시설공단의 그라운드 키퍼들이 쉬지 않고 정비작업을 할 예정이다. 관중석 좌·우측에 새 전광판 2개를 설치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쿡은 “지금의 그라운드 상태를 유지하면서, 흙을 교체하는 작업만 해주면 된다. 수분 관리와 정확한 거리 측정 등 기본적인 것만 잘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쿡은 대회 기간(3월6~11일)에도 고척돔을 찾아 그라운드 정비를 도울 예정이다.

고척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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