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 버튼. 사진제공|KBL
평균 22.4점 8.5R 팀 2위 등극 큰 힘
DB의 대들보 디온테 버튼(23·192.6㎝)은 올해 초 대학교를 갓 졸업한 새내기다. 프로농구 KBL이 자신의 첫 프로무대다. 해외에 나온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DB에 지명되면서 생애 처음으로 여권을 발급받았을 정도다.
그러나 코트 위에서는 새내기 티가 전혀 나지 않는다. 버튼은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에서 14경기에 출전해 평균 22.4점·8.5리바운드·4.3어시스트를 기록하면서 DB의 2위(10승4패) 등극에 큰 힘을 보탰다.
버튼은 올 시즌 최고의 외국인선수로 평가 받는다. DB의 가드를 맡고 있는 그는 파워 넘치는 드라이브인과 내·외곽을 가리지 않는 득점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여기에 동료들을 살리는 패스까지 겸비했다. 못하는 것이 없다.
지난 7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DB 이상범(49) 감독은 버튼을 파워포워드로 활용할 생각으로 선발했다. 실제로 버튼은 아이오와대에서 포워드로 출전해 평균 15.1점·6.2리바운드·1.8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이 감독은 “미들레인지 게임을 잘하고 리바운드 능력이 있어 국내에서는 파워포워드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DB 버튼. 사진제공|KBL
8월 말 입국한 버튼은 팀에 합류한지 얼마 되지 않아 통역을 대동하고 이 감독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버튼은 “가드 포지션을 맡겨 달라”고 요청했다.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 감독은 “등지고 하는 플레이보다 외곽 플레이를 하겠다고 하더라. NBA가 꿈인데 자신의 신장으로는 외곽을 해야 경쟁력이 있다면서 포지션 변경을 요청했다. 골밑 자원으로 데려온 선수인데 외곽을 맡겠다고 하니 머리가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며칠동안 버튼의 외곽플레이 전략을 구상한 끝에 일본 전지훈련을 앞두고 버튼에게 말했다. “야, 너 가드 해. 아예 포인트 가드를 해.”그 말을 들은 버튼은 전지훈련에서 신나게 코트를 휘저었고 올 시즌 프로농구 무대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고 있다.
이 감독은 “자기의 꿈이 있고 하고 싶은 플레이가 있다는데 어쩌겠는가. 요청을 들어줬다. 대신 리바운드는 적극적으로 참여하라고 얘기했다. 외곽에서 볼을 가지고 할 선수가 두경민 뿐인데 자원이 늘어나니까 오히려 잘됐다 싶더라. 일류 포인트 가드처럼 패스를 하는 건 아니지만, 본인에게 수비가 몰렸을 때 빼는 건 잘하니까 국내선수들도 찬스가 많이 난다. 버튼이 일찍 말해서 다행이다. 전지훈련을 다녀온 뒤에 얘기했으면 늦었을 것이다. 틀을 다 바꿔야 했으니까”라며 웃었다.
버튼은 “다른 팀이었다면 내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변에서 이야기 해주더라. 내 능력을 믿어주셔서 감사하다. 우리 감독님은 훌륭한 지도자”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역시 외국인선수도 토종선수와 마찬가지로 지도자와의 신뢰에서 모든 것이 결정된다. 선수들은 감정을 가진 사람이다. 이 감정을 어떻게 다스리느냐가 전술전략보다 더 중요하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