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만에 ‘FA등급제’ 문이 열렸다

입력 2017-12-0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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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태인, 최준석, 이대형(왼쪽부터) 등 보상선수 유출이 필요없는 ‘알짜 프리에이전트(FA)’가 한꺼번에 등장했다. 1999년 FA 제도 도입 후 전력평준화에 발목을 잡았던 보상선수 제도는 각 구단의 새로운 선택으로 변화를 맞이했다. 스포츠동아DB

1999년 KBO리그에 도입된 프리에이전트(FA) 제도는 수차례 수정 과정을 거쳤지만 큰 틀에서 볼 땐 별다른 변화 없이 19년 동안 유지돼왔다.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보상선수 규정이다. 타 구단 FA를 영입하는 구단은 100억원 계약을 맺더라도, 연봉 1억원에 사인하더라도 보호선수 20명 외 보상선수 1명을 내줘야 한다는 규정은 그대로다. FA를 뺏긴 구단은 ‘직전연도 연봉의 200% 보상금+보상선수 1명’ 혹은 ‘연봉의 300% 보상금’을 선택할 수 있지만 대부분 보상선수를 통한 전력보강을 선택했다.

메이저리그는 스몰마켓 팀 보호, 전력평준화라는 가장 중요한 원칙을 위해 매우 세밀한 FA 등급제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프로야구 역시 연봉을 기준으로 FA선수 등급제를 실시해 선수들이 보다 자유롭게 이적할 수 있도록 뒷받침 하고 있다.

KBO는 이와 달리 FA 자격을 획득한 타 구단 선수를 영입할 경우, 똑같은 보상 규정을 적용받는다. 이런 까닭에 FA 제도가 전력평준화에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고 정상급 FA선수들의 몸값이 가파르게 치솟는 부작용만을 낳았다.

그러나 드디어 2017 스토브리그에서 FA 제도의 큰 변화가 시작됐다. 그동안 각 팀의 이해관계에 얽혀 제도를 손보지 못했지만 구단 스스로 새로운 변화의 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먼저 넥센이 지난달 중순 ‘FA 채태인이 타 팀과 계약할 경우 보상선수를 지명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채태인의 이적 가능성이 높지 않은 점과 선수단 규모를 경량화 하고 있는 넥센의 방향이 접점을 이루면서 이뤄진 결정이다.

이우민.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당시 매우 신선한 발상으로 평가됐지만 타 구단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최근 롯데가 FA 최준석과 이우민에 대해 채태인처럼 보상선수를 지명하지 않겠다고 발표했고, kt도 5일 이대형을 똑 같은 조건으로 시장에 내보내기로 하면서 새로운 바람이 트렌드가 형성된 분위기다.

보상금은 채태인(연봉 3억원), 최준석(연봉 4억원)이 각각 9억원과 12억원으로 적지 않은 액수지만 선수 스스로 이를 새 연봉협상에 반영한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카드가 될 수 있다. 올 시즌 FA 시장 개장 이후 강민호(4년 총액 80억원·롯데→삼성), 손아섭(4년 총액 98억원·롯데 잔류), 민병헌(4년 총액 80억원·두산→롯데), 황재균(4년 총액 88억원·샌프란시스코→kt) 등 대어급 계약이 성사된 뒤 이렇다할 ‘준척급 FA’의 이동이 전무한 상태에서 FA 시장의 변화 움직임도 감지된다.

더욱이 넥센, 롯데, kt 3개 팀이 사실상 FA등급제를 먼저 실천하면서 제도의 전면적인 변화도 예상된다. KBO 역시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각한 현 FA제도의 문제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KBO 관계자는 “일부 치솟는 FA 몸값이 팬들에게 괴리감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전력평준화 역시 빨리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구단과 KBO 모두 공감대가 모아지면서 FA 등급제를 어떤 방식으로 개선 할 것인지 새 총재 임기가 시작되면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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