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니느님’ 아닌 ‘린동원’ 택한 진짜이유

입력 2017-12-1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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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쉬 린드블럼-더스틴 니퍼트(오른쪽). 스포츠동아DB

조쉬 린드블럼-더스틴 니퍼트(오른쪽). 스포츠동아DB

2017시즌 말부터 두산은 장수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36)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같은 팀 투수를 세심히 살핀 이유는 분명했다. 보류권을 보유한 상태에서 재계약을 할 경우 규정상 157만5000달러 이상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냉철한 판단이 필요했다. 두산 내부적으로 ‘전성기에 비해 투구 수에 따른 구위 저하가 빠르며 회전력도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니퍼트는 여전히 시속 150㎞의 빠른 공을 던지며 시즌 10승급 활약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두산은 150만 달러급 투수는 아니라고 판단했고 보류권을 포기했다. 두산에서 7년간 94승을 올린 투수지만 협상은 냉철했고 결렬됐다.

대신 두산은 롯데와 조쉬 린드블럼(30)의 협상 과정을 주시했다. 최근 린드블럼과 롯데는 재계약 협상에 실패했다.

두산은 린드블럼에게 총액 145만 달러를 제안했고 11일 공식 입단을 발표했다. 두산이 린드블럼을 선택한 이유는 강력한 구위를 가진 우완 정통파 투수로 KBO리그에서 검증이 끝났다는 점, 특히 현 시점에서 니퍼트에 비해 구위가 우위에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린드블럼은 올 시즌 72.2이닝 동안 땅볼/뜬공 비율이 0.81로 플라이볼 비율이 높았다. 새로운 홈구장 잠실구장의 넓은 외야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2015년 210이닝을 던졌고 2016년에도 177.1이닝을 소화한 투수인데다 내년이 만 31세 시즌이기 때문에 부상 위험도 낮다. 고(故) 최동원 투수의 이름에서 딴 ‘린동원’이라는 영광스러운 별명을 선물받은 2015년, 210이닝 동안 볼넷은 단 52개였고 1.18의 이닝당출루허용을 기록하며 매우 안정적인 투구를 했다. 시즌 중반 KBO리그로 돌아온 올해도 볼넷을 18개 허용하는 동안 76개의 삼진을 잡는 좋은 투구를 했다. 이닝당출루허용은 1.16으로 2015년 보다 더 좋아졌다. 두산 관계자는 “젊고 건강한 나이, 포스트시즌에서도 강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두산은 앞서 새 외국인 투수 세스 후랭코프(29)를 영입했다. 포심과 슬라이더가 강점인 린드블럼과 달리 싱커가 장기인 후랭코프는 땅볼 유도에 능한 투수로 유형이 다르다. 장원준~유희관~함덕주로 이어진 토종 왼손 선발진에 이어 강속구 투수 린드블럼, 싱커가 주무기인 후랭코프까지 각기 색깔이 다른 선발진 구성이다.

사진|린드블럼 인스타그램 캡쳐

사진|린드블럼 인스타그램 캡쳐


린드블럼은 이날 두산과 계약이 발표되기 직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전 소속팀 롯데에 대한 비판 글을 남겨 화제가 됐다. 린드블럼은 “올 시즌 종료 후 FA조항을 요구한 것은 제 딸의 건강 문제나 돈과는 무관하다. 오랜 기간 정직하지 못하고 전문적이지 못한 구단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우리 가족은 그동안 구단의 처사를 견뎌야 했지만 더는 간과할 수 없게 됐다’며 “롯데 구단은 진정으로 협상의 의지를 보이지 않았고, 계속해서 언론에 제 딸 먼로의 건강에 의구심을 제기하며 이 때문에 제가 롯데로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는 핑계를 여러 번 암시했다”고 주장했다. 린드블럼의 딸은 심장병을 앓고 있다. 린드블럼은 2017시즌을 앞두고 미국에서 치료를 돕기 위해 롯데와 계약을 하지 않았지만 최근 크게 호전됐고 여행도 가능한 상태로 알려져 있다. 롯데는 이에 대해 “공식 대응은 하지 않겠지만, 린드블럼에 대해 정중히 대했다”고 설명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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