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미계약’ 최준석, 시장의 냉대가 억울한 이유

입력 2018-01-04 16: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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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석, 사진=스포츠동아DB.

[동아닷컴]

KBO가 2018시즌 공식 경기일정을 4일 발표했다. 하지만 아직 FA 계약이 완료되지 않은 선수들은 이 무대에 오를 수 있을지 확답을 듣지 못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 자격 선수는 총 20명(해외 유턴 선수 포함)이었다. 이들 중 12명의 선수는 기존 소속팀에 잔류하거나 새 소속팀을 찾았다. 하지만 해가 넘어가도록 아직 거취가 결정되지 않은 선수들이 8명 남아있다.

이 중 가장 거취에 관심이 쏠리는 선수 중 하나는 최준석이다. 최준석은 2013년 11월 첫 FA 때 4년 총액 35억의 조건으로 롯데 유니폼을 다시 입었다. 롯데는 2001년 그의 프로 첫 팀이었다. 2006년 두산으로 트레이드 됐던 최준석은 FA로 당당히 친정팀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 후로 4년 뒤 상황은 그때와 달라졌다. 롯데는 이미 다른 팀이 최준석을 원할 경우 보상선수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여전히 2018시즌 최준석이 입을 유니폼은 결정되지 않았다. 보상금 12억원이 부담이 됐다.

현재 시장에서 답답한 상황을 맞고 있지만 최준석이 이 정도의 외면을 받을 타자인가를 생각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FA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2014~2017시즌 최준석은 506경기에 나서 351타점을 올리며 이 기간 롯데에서 가장 많은 타점을 만들어낸 타자였다. 또 이 기간 87홈런으로 93홈런을 때린 강민호(현 삼성)에 이어 2위였다.

또 최준석은 2014년 부터 2017년까지 4년 동안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7.00을 기록하며 충분히 제 몫을 다했다.

이 기간동안 FA 계약 선수 중 WAR 1.00당 금액 가성비가 최준석(WAR 1.00당 5억 287만원) 보다 좋았던 선수는 박용택(LG, WAR 1.00당 3억 4153만원)과 이호준(은퇴, WAR 1.00당 3억5478만원) 뿐이었다. 또 최준석은 5년 연속 100경기 이상 출전으로 내구성에서도 의심을 거뒀다.

최준석의 숨겨진 진가가 드러나는 부분은 바로 선구안이다. 최준석은 롯데에서의 FA 4년 동안 출루율(300타석 이상)에서도 줄곧 리그 최상위권을 유지했고 특히 2스트라이크 이후 선구안이 리그 10위권 안에 항상 들어갈 정도로 좋았다.

또 타석 당 투구 수는 2014년 4.28개로 리그 4위, 2015년에는 4.51개로 리그 1위, 2016년 4.37개로 리그 2위, 부진했다는 평가를 받는 2017시즌에도 4.19개로 리그 6위에 이름을 올렸다. 나이가 걸림돌로 꼽히는 최준석에게 나이와 큰 관계가 없는 선구안에서의 강점은 충분히 어필할만한 장점이다.

게다가 최준석은 롯데에서의 FA 기간동안 극단적인 잡아당기는 타자에서 스프레이 히터로의 진화를 시도해 성공했다. 롯데에서의 FA 첫 해인 2014년 최준석의 타구 비율은 좌측 방면이 47.8%로 매우 높았다. (중앙 32.6%, 우측 19.6%)

하지만 이후 3년 동안 최준석의 타구 방향 분포는 좌측이 35.9%, 중앙이 17.2%로 낮아지고 우측 타구가 46.9%로 급증했다. 이는 극단적인 잡아당기기 타법을 구사하던 최준석이 밀어치기에 오히려 더 강점을 보이는 타자로 변신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시프트가 득세하는 현 야구에서 스프레이 히터는 분명한 강점이 있다.

게다가 2017시즌 가장 강한 타구를 날린 타자 역시 최준석이었다. 최준석은 지난해 9월 8일 삼성전에서 패트릭을 상대로 시속 187.63km의 타구 스피드로 홈런을 때려냈다. 또 가장 강한 라인드라이브 아웃도 최준석의 몫이었다. 발사각도가 20.65도로 낮은 것이 높은 담장을 보유한 사직구장에서 불리하게 작용한 것이 흠이라면 흠이었다.

투수들이 가장 많이 구사하는 구종인 직구 대응 능력도 최준석이 여전히 가치가 있는 타자임을 입증한다. 최준석은 2015년 직구를 던지는 투수를 상대로 타율 0.316 출루율 0.434 장타율 0.605를 기록한 데 이어 2016년 타율 0.329 출루율 0.466 장타율 0.624 2017년에는 타율 0.330 출루율 0.414 장타율 0.505로 꾸준히 강점을 보였다.

특히 클러치 상황에서 강했다는 점도 최준석이 여전히 좋은 타자임을 보여주는 수치다. 그는 2014~2017시즌 4년 동안 타율 0.288을 기록했지만 득점권 타율은 0.319, 주자만루시 타율은 0.408로 중요한 상황일수록 더 강한 모습을 보였다.

출루율에서도 4년동안 평균 0.400에서 득점권 0.410으로 더 높은 수치를 보였고, 장타율 역시 평균 0.486에서 득점권 0.483, 주자만루시에는 0.597로 급등했다. 삼진 비율은 평균 21.3%에서 득점권에는 19.7%, 주자만루 시에는 12.5%로 급감했다.

주루와 수비에서의 약점이 현 시점 최준석의 가치가 평가절하되는 이유지만 4년 전에도 최준석은 주루와 수비에서 강점을 갖는 선수가 아니었다. 롯데는 그 점을 알면서도 최준석에게 손을 내밀었고 최준석은 여전히 자신의 강점들을 유지하고 있다.

당시 롯데는 “중심타자의 부재로 힘든 시즌을 보낸 구단에 큰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최준석은 당시 해외진출한 이대호의 부재로 구멍이 난 롯데의 중심타선을 충실히 메웠다. 하지만 현재는 그간 세운 공에 걸맞는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계약기간동안 제 몫을 다하고도 다시 기회를 얻기가 힘들어지는 것은 몇몇 S급 선수들 외에는 일방적으로 구단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 현 FA 제도의 문제도 있을 터다.

FA로 명예롭게 다시 친정팀 유니폼을 입은 2013년 11월 당시 최준석은 “고향 팀으로 다시 돌아와 열광적인 롯데 팬들과 함께 할 수 있어 기쁘다. 프로야구 생활을 처음 시작한 곳인 만큼 부산에 뼈를 묻을 각오로 열심히 해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하겠다”는 소감을 전했었다.

단지 “고향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 계속 야구를 하고 싶다”는 바람이 이렇게까지 힘들어질 정도로 그가 생산성 없는 타자인지는 의문이다. 향후 최준석의 거취에 더욱 눈길이 가는 이유다.

동아닷컴 송치훈 기자 sch5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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