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리에이전트(FA) 내야수 김주찬이 오랜 진통 끝에 16일 KIA와 2+1년, 총액 27억원에 계약했다. 이로써 KIA는 지난해 우승전력을 고스란히 보유한 채 새 시즌을 맞는다. 계약서에 사인한 뒤 김주찬(왼쪽)과 조계현 KIA 단장은 두 손을 맞잡았다. 사진제공 | KIA 타이거즈
모든 것이 좋아 보일 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일 수 있다. KIA 김기태 감독은 감각으로 그런 위기를 감지하는 듯하다.
KIA는 16일 김주찬(36)과 프리에이전트(FA) 계약에 합의했다.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시간은 김주찬 편이 아닌지라 원하는 계약기간을 충족하지 못했다. 다만 객관적 조건에서 실리를 취했다고 볼 수 있다. 2+1년에 총액 27억원이다. 계약금이 15억원에 이르고, 연봉은 4억원이다. KIA 우승 프리미엄의 덕을 봤다고 볼 수 있다.
이로써 KIA는 2017년 한국시리즈(KS) 우승 멤버를 거의 고스란히 보유한 채 새 시즌을 맞게 됐다. 그러나 야구에서도 ‘승자의 저주’는 존재한다. 승자가 그 무게감을 견디지 못하고 침체되는 상황을 일컫는다.

연봉협상이 완료되지 않은 키스톤콤비 김선빈-안치홍(오른쪽). 스포츠동아DB
● 연봉 협상 테이블에 감도는 난기류
1월이 절반 이상 지났음에도 KIA는 연봉협상을 완료하지 못하고 있다. 2루수 안치홍, 유격수 김선빈이 아직 사인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안치홍은 연봉 2억2000만원, 김선빈은 8000만원을 받았다. 키스톤콤비로서 두 선수는 KS 우승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그만큼 연봉 인상률에 대한 기대치는 높을 수밖에 없다.
두 선수가 구단과 극한까지 대치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 KIA 내부의 정서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도장을 찍지 않은 현실은 우승 후유증의 단면이다. 우승 효과로 KIA의 팀 페이롤은 상승이 불가피하다. 양현종(23억원)과 외국인선수 3명(헥터·팻 딘·버나디나)의 잔류 비용도 올라갔다. KIA의 몸집이 불어나 안정감이 발생한 만큼, 재정부담에 따르는 자금유동성은 떨어진다.

KIA 김기태 감독. 스포츠동아DB
● 김기태 감독의 고민, “내가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김 감독은 16일 “그동안 팀 성적이 안 좋아서 내 말이 통했는데, 이제 선수들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할까?”라고 웃으며 말했다. 김 감독은 ‘재생 전문가’의 이미지가 강했다. LG와 KIA를 맡았을 때, 팀은 긴 침체의 터널에 있었다. 좋아질 가망도 잘 안 보였다. 이런 팀을 결속시켜 같은 목적을 공유하게 만드는 데 김 감독 리더십의 장점이 있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이제 2018시즌 처음으로 우승팀 사령탑 자격으로 출발한다. 동기부여 환경 자체가 다르다. 게다가 2017시즌 우승 멤버가 거의 다 팀에 남았다. 여전히 KIA를 둘러싼 높은 기대치에 부응해야 한다.
이런 현실에서 김 감독은 선수들을 움직이게 할 메시지를 새롭게 찾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18일 코칭스태프 미팅도 열어 시즌 플랜을 짤 생각이다. 코치들의 마인드 변화부터 주문할 생각이다. 김 감독은 “2017시즌에도 이범호, 김주찬이 안 좋은 상태에서 풀어갔다. 항상 만약을 대비하겠다. 부상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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