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히딩크’ 박항서의 매직

입력 2018-01-22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20일 중국 장쑤에서 열린 2018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8강전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이라크를 꺾고 4강 진출에 성공했다. 동남아시아 국가가 이 대회 4강에 진출한 것은 베트남이 처음이다. 사진제공|AFC

AFC U-23 챔피언십 동남아 첫 4강 신화

베트남에 불어 닥친 한류 열풍이 거세다. 음악이나 드라마는 이미 깊숙이 파고들었다. 이번에는 축구다. 박항서 대표팀 감독을 통해 스며든 한국축구의 위상이 하늘을 찌른다.

베트남은 20일 중국 장쑤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8강전에서 이라크와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3-3으로 승패를 가리지 못했다. 이어 벌어진 승부차기에서 5-3으로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동남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대회 4강에 진출했다.

당초 베트남은 주목 받지 못했다. 한국, 호주, 시리아와 한조에 묶여 예선통과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황금세대로 불리는 베트남의 젊은 선수들은 강한 투쟁력을 보이며 호주를 따돌리고 D조 2위로 토너먼트에 올랐다.

총리에게 축전을 받을 정도로 8강에 진출한 것만으로도 기적이었지만 선수들은 거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더 큰 일을 해냈다. C조 1위로 예선을 통과한 강호 이라크를 물리친 것이다.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을 일으키며 4강에 오르자 베트남 전역은 들끓고 있다. 팬들은 거리에 쏟아져 나와 환호했다. 경기를 지켜보던 식당에선 곳곳이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베트남 언론도 대서특필했다. 선수들은 물론이고 돌풍의 중심에 선 박 감독을 집중 조명했다. 기적이나 역사적인 승리 등 붙일 수 있는 모든 수식어를 동원해 감격을 전했다. 특히 박 감독에 대해선 ‘베트남의 젊은 선수들에게 진정한 축구의 투지를 일깨워줬다’고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거스 히딩크와의 인연을 소개하면서 박 감독을 ‘베트남의 히딩크’로 비유했다.

박 감독은 2002년 월드컵 당시 히딩크를 보좌했던 한국대표팀 수석코치였다. 한국축구가 히딩크를 통해 월드컵 4강에 올랐듯, 베트남축구는 박 감독을 통해 잠재력을 폭발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내셔널리그 창원시청 감독직을 내려놓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 박 감독은 2년 계약으로 베트남의 국가대표팀과 U-23 대표팀을 맡았다.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조직력을 완성하는데 온 힘을 쏟은 가운데 겨우 3개월 만에 달콤한 결실을 맺고 있다.

박 감독은 경기 후 북받치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눈물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이라크전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선수들은 강한 정신력과 경기력을 보여줬다”며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베트남은 23일 카타르를 상대로 결승 진출을 노린다. 한국은 우즈베키스탄과 격돌한다. 한국과 베트남이 모두 이길 경우 두 팀은 27일 결승에서 다시 맞붙는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