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O 정운찬 총재. 스포츠동아DB
KBO 정운찬 총재는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을 겸임하고 있다. 정 총재는 “두 곳에 출근하려니 힘들다”고 웃는다. 그만큼 ‘동반성장’은 경제학자로서 정 총재의 학문적 지향성과 철학이 투영된 테마라 할 수 있다.
정 총재는 KBO리그의 산업화를 주창했다. 그러나 ‘동반성장’이라는 개념이 KBO리그에 장착되면 ‘산업화’는 특정세력에 혜택이 쏠리지 않은 생태계 구성원이 고르게 발전하는 모델이 될 터다.
이런 맥락에서 정 총재는 의미 있는 화두를 하나 던졌다. “KBO의 직원 숫자가 너무 적다”는 말이 그것이다. 정 총재의 파악에 따르면 현재 KBO 직원숫자는 40여 명 선이다. 이 숫자로는 KBO가 맨 파워를 발휘해 야구계를 이끌어나가기 어렵다고 판단한 셈이다.
이 말 속에는 ‘강한 KBO’를 꿈꾸는 정 총재의 의중이 담겨 있는 듯하다. ‘큰 정부’와 ‘작은 정부’ 가운데 어디가 더 정당성과 효율성을 갖느냐는 정치, 경제의 오랜 논쟁거리다. 그동안의 살아온 행적을 고려했을 때, 정 총재는 적어도 ‘작은 정부’를 옹호하지는 않는 듯하다. 야구 생태계를 바라보는 관점도 이와 흡사할 터다. 그렇다면 KBO가 영향력이 더 강해져야 구단들, 혹은 힘 있는 선수들의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고 중립적으로 일할 토대가 필수적이다.
“머리가 아픈 정도가 아니다”라고 말할 정도로 커미셔너로서 수행해야 할 업무는 쌓여있지만 정 총재를 둘러싼 환경은 결코 녹록치 않다. 구단주 혹은 실세 정치인이 아닌 이상, 구단들이 고분고분할 리 없다. 어떻게 설득력과 추진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정 총재에게 야구를 향한 애정 이상의 ‘정치’가 절실한 상황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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