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무대에 설 수만 있다면…” 새 둥지 찾는 해외파들

입력 2018-01-30 14: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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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크스부르크 지동원.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저는 월드컵이란 커다란 목표를 앞두고 있는데, 제 조국 대한민국과 러시아월드컵에서 함께하고 싶습니다. 제가 대표팀 명단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경기 감각이 필요하지만, 이번 전반기에는 제가 원하는 만큼 출전하지 못했습니다.”지동원이 소속팀 아우크스부르크 홈페이지를 통해 전한 임대이적의 배경이다. 월드컵 무대에 서고 싶은 간절한 열망이 묻어난다.

비단 지동원만의 얘기는 아니다. 축구선수라면 누구나 월드컵 출전이 가장 큰 목표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 한다. 팀을 옮기는 최후의 수단을 동원하는 것도 월드컵이라는 큰 목표가 있기에 가능한 승부수다.

월드컵 출전을 위한 해외파들의 몸부림이 한창이다. 특히 소속팀에서 벤치만 지키는 선수들은 ‘뛸 수 있는 팀’이라면 하위권 팀이나 하위리그도 마다하지 않는다. 자존심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 일단 뛰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감독의 눈에 들 수 있다.

지동원은 임대를 택했다. 올 시즌 보여준 게 거의 없다. 전력 외로 분류되면서 겨우 3차례 출전이 전부다. 반전이 필요했다. 아우크스부르크와 2019년 6월까지 계약을 1년 연장한 뒤 올 시즌 잔여기간은 2부리그에 속한 다름슈타트에 임대됐다. 신태용 감독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선택은 나쁘지 않았다. 28일 열린 장크트파울리와의 2부리그 20라운드에 선발로 나서 결승골을 도왔다.

크리스털 팰리스 이청용.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청용의 입지도 다르지 않다.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뛸 수 있는 팀으로 옮겨야한다. 2004년 FC서울에 입단한 그는 2009년 EPL 볼턴 원더러스로 이적하면서 전성기를 구가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하며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미드필더로 성장했다.

하지만 2015년 크리스탈 팰리스 이적 후 주전경쟁에서 밀렸고, 이후 좀처럼 살아나지 못한 채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올 시즌도 고작 3경기 출전에 그쳤고, 공격 포인트는 없다. 이런 처지라면 대표팀 선발이 힘들다. 이달 초 신 감독은 이청용과 만나 “이적해서 경기를 뛰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현재로선 왕성하게 뛰었던 친정팀 볼턴으로의 임대 가능성이 높다. 볼턴은 현재 챔피언십(2부)에 속해있다. 그는 볼턴에서 5년6개월간 195경기를 뛰었다. 팬들의 사랑이 지극했던 팀이다. 임대 이적은 3번째 월드컵 무대에 서기 위한 도전이다.

홍정호는 K리그에 복귀했다. 제주에서 뛰다 2013년 여름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에 진출한 그는 3년간의 유럽생활을 접고 2016년 여름 중국 장수 쑤닝으로 이적했다. 하지만 기대에 못 미쳤다. 출전기회를 잡지 못한 채 시간만 흘렀다. 대표팀에서의 플레이도 믿음을 주지 못했다. 신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단 한번도 부름을 받지 못했다. 선택의 기로에 선 그는 결국 전북 현대에 둥지를 틀었다. 1년 임대 이적이다.

올 시즌 울산으로 완전 이적한 박주호도 월드컵의 꿈을 버릴 수 없었다. 숭실대를 졸업하고 2008년 일본 무대를 통해 프로 유니폼을 입은 그는 스위스와 독일에서 뛰며 주가를 높였다. 특히 2013년 여름 마인츠로 이적하면서 절정의 기량을 뽐냈고, 이후 2015년 여름 명문구단 도르트문트로 옮겼다.

하지만 주전경쟁에서 밀리며 출전기회를 잡지 못했다. 당연히 대표팀과도 거리가 멀어졌다. 지난해 단 한차례 A매치(2017년 6월7일 이라크 친선전)에 출전했다.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싶었다. 지난해 말 구단과 계약해지를 한 뒤 울산에 안착했다.

현재 대표팀은 터키 안탈리아에서 전지훈련 중이다. 신 감독은 홍정호와 박주호를 부르지 않았다. 아직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3월 개막하는 K리그를 통해 기량을 보여 달라는 신호이기도 했다.

이름값으로 월드컵에 가는 시대는 지났다. 엔트리 경쟁은 공정해졌다. 그런 측면에서 해외파들의 이적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지동원, 이청용, 박주호, 홍정호 등 한때 대표팀 소집 때마다 이름이 올랐던 그들이 둥지를 바꾸는 승부수를 통해 러시아행 티켓을 손을 넣을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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