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말기를” 정현이 ‘정현 키즈’에게 보낸 진심어린 조언

입력 2018-02-0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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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 사진제공|스포티즌

‘냄비근성’은 한국사회의 오랜 병폐 중 하나다. 한국은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뜨거운 열정을 자랑하는 나라지만, ‘그 열정의 불꽃을 계속 이어 나가는가?’라는 질문에는 항상 긍정의 답을 내놓지 못한 나라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스포츠는 냄비근성이 가장 여실히 반영되는 분야다. 국제대회, 혹은 그에 버금가는 큰 대회에서 한국선수들이 좋은 활약이라도 펼치면, 그에 대한 반응은 즉각 나타난다. 특히 비인기종목에서 탄생하는 ‘스포츠스타’에 대해서는 전 국민의 폭발적인 관심이 한순간에 쏠린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목전에 앞둔 현 시점에서 한국 스포츠의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가져간 주인공은 바로 ‘테니스 왕자’ 정현(22·한체대·삼성증권 후원·세계랭킹 29위)이다. 한국 선수 최초로 4대 메이저대회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연일 신문·방송·인터넷 맨 앞과 맨 위를 장식했다. ‘정현 신드롬’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그의 파급효과는 대단하다.

정현과 같은 비인기종목 스포츠스타의 탄생은 매 번 ‘키즈 열풍’을 동반한다. 과거 박태환~김연아가 그랬듯 지금 한국사회에서는 이미 ‘제 2의 정현’ 찾기가 시작됐다. 테니스 용품 판매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동네 테니스장에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라켓을 드는 아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정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정현은 자신의 활약으로 일어날 ‘정현 키즈 열풍’에 대해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내놓았다. 2일 서울 반얀트리 호텔에서 열린 ‘라코스테와 함께하는 정현의 GS 4강 진출 축하 기자간담회’에서 키즈 열풍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사뭇 진지하게 답변을 내놓았다.

정현은 “어려서부터 자신의 뚜렷한 주관을 가지는 게 매우 중요하다. 어린 선수들은 어른들 말씀에 ‘이게 맞나? 저게 맞나?’하며 흔들릴 여지가 크다. 자기만의 뚜렷한 기준이 있다면 좋은 조언은 귀담아 듣고, 또 맞지 않는 조언은 참고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 기준에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을 명확히 할 수 있어야 한다. 좋은 기본 습관을 어려서부터 기른다면, 충분히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제부터 라켓을 들게 되는 어린 꿈나무들은 제 기량을 펼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 수많은 지도자들을 만날 것이다. 언제나 자기 성장에 ‘절대적인 정답’이란 없다. 이런저런 이야기에 지쳐 중도 하차하는 ‘키즈’가 없다면, 이번 정현 열풍은 한국의 ‘냄비근성’ 사례에서 모처럼 예외가 되지 않을까.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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