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포수는 왜 키우기 어려운가

입력 2018-03-2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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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개막전 경기에서 듀브론트(오른쪽)와 호흡을 맞춘 나원탁(왼쪽).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조지마 겐지는 1995~2005시즌 동안 일본프로야구 퍼시픽리그에서 ‘베스트9’ 6회, 포수 골든글러브를 무려 7차례나 수상한 리그 최고의 포수였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에서는 전혀 달랐다. 2006년 시애틀에 입단 한 후 타격은 훌륭했지만 투수 리드에 관해서는 갈수록 비판의 강도가 커졌다. 제로드 워시번은 공개적으로 조지마 겐지와 배터리를 거부했다. 에이스 펠릭스 에르난데스는 백업 포수 롭 존슨과 호흡 때 훨씬 좋은 피칭을 보여줬다. 결국 조지마 겐지는 2009시즌부터 팀의 주전 포수지만 4~5선발과 주로 배터리를 이루는 큰 수모를 겪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기록적인 측면에서 조지마 겐지는 포수 평균자책점에서 타 포수보다 훨씬 높은 수치를 보였다. 시애틀 투수들은 포수 중심적인 반복적인 패턴에 질색했다. 미국 투수들은 어떤 순간에도 주인공이고 싶었지만 조지마 겐지는 자신의 리드가 중요했다.

조지마 겐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리그에 10명도 없는 A급 포수

조지마 겐지의 사례는 일본 최고의 포수도 새로운 리그에서는 반쪽짜리 선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만큼 정상급 포수를 키우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2018시즌 KBO리그는 포수의 가치가 또 한번 평가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국가대표급 포수 중 한명인 강민호가 삼성으로 이적하면서 롯데는 젊은 포수들에게 안방을 맡겨야 한다. 롯데 포수 중 1군 경기 출장 경험이 가장 많은 선수는 김사훈으로 114경기다. NC역시 정상급 포수가 없다. 각 팀 백업 전력을 더해도 10개 팀이 참가하고 있는 리그에 ‘A급 포수’가 10명도 안 되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선수 시절 포수였던 김태형 감독.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 300경기 이론

포수 출신인 두산 김태형 감독은 “다른 야수는 하루에 많아야 20번도 공이 안 간다. 포수는 130개씩 공을 받는다. 블로킹, 타자와 수 싸움, 도루 저지, 캐칭 등 생각할 것이 너무 많은 자리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1군에서 300경기 이상 뛰면서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이론이 나온다. 그러나 자질과 성향이 남다른 경우는 데뷔 첫 해부터 주전 포수가 될 수 있다. 포수의 성장에는 덕아웃의 신뢰가 무척 중요하다”고 말했다.

단일리그인 KBO에서 포수의 비중은 타 리그에 비해 훨씬 더 높다. 팀 간 16차전을 치르기 때문에 서로를 너무나 잘 안다. 그래서 투수 리드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무리 동물적인 감각을 갖고 있다고 해도 투수리드는 경험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베테랑 포수가 중용되고 젊은 포수의 성장 기회가 줄어드는 흐름이 반복되기도 한다.

그 경험의 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은 학습이다. 최고의 포수 육성전문가로 꼽히는 조범현 전 국가대표팀 감독은 코치 시절 박경완(현 SK 코치), 진갑용(현 삼성 코치)과 경기가 끝나면 그날 130개의 공 하나 하나를 복기했다. 역대 최고의 포수로 꼽히는 박 코치는 “타자의 성향, 미묘한 타격 자세 변화를 찾아내 어떤 공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캐치하는 방법 등 그 때 조 감독님께 다 배웠다”고 말했다.

포수는 여전히 가장 키우기 어려운 포지션이다. 현장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학습능력과 신체적 완성도를 키우는 훈련이 함께 이뤄지고 덕아웃의 깊은 신뢰가 그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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