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듀브론트 첫 승의 숨은 전력분석원은 누구?

입력 2018-05-02 15: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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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데뷔 후 최고의 투구였다. 펠릭스 듀브론트(31·롯데)가 7번째 등판 만에 뒤늦은 리그 첫 승을 신고했다. 최고구속 148㎞의 빠른 공 위주 승부와 위기관리 능력 등 듀브론트의 승리를 만든 요인은 다양하다. 그 뒤에는 아내의 내조가 숨어 있었다.

듀브론트는 1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전에 선발등판해 7이닝 5탈삼진 무실점으로 팀의 4-0 승리에 앞장섰다. 리그 외국인 중 가장 높은 방어율에 승리 없이 4패로 고전하던 듀브론트가 처음으로 롯데의 기대에 부응한 날이었다. 듀브론트는 “최근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 자신감이 붙었다. 모든 공이 만족스러웠다”고 자평했다.

눈길을 끄는 건 듀브론트의 첫 승 뒤에 담긴 숨은 사연이다. 경기 도중 중계화면에 독특한 장면이 잡혔다. 관중석 중앙 테이블석에 앉은 한 여인이 듀브론트가 공 하나를 던질 때마다 뭔가 분주히 적었다. 듀브론트가 삼진을 빼앗거나 아웃을 잡으면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쳤고, 안타를 맞을 때면 고개를 가로 젓기도 했다. 듀브론트의 아내 킴벌리였다.

듀브론트에게 아내의 기록 장면이 중계화면에 포착됐다고 전하자 듀브론트는 신기해하며 “마이너리그 첫 시즌 때 아내를 처음 만났다. 킴벌리는 이후 내가 던지는 모든 경기에서 그렇게 기록을 해줬다”고 설명했다. 듀브론트는 2005년 보스턴 산하 루키팀에서 마이너리그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꾸준히 승격한 그는 2010년 보스턴에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메이저리그 6시즌 통산 118경기에서 31승을 거둔 듀브론트의 커리어 모든 순간에 킴벌리가 함께한 것이다.

물론 그녀가 야구에 정통한 전문가는 아니다. 듀브론트는 “구위, 변화구 각도 등에 대해 얘기해주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야구에 대한 이해가 상당하다”며 “내 경기에서 무슨 일이 언제, 어떻게 벌어졌는지 정확하게 파악한다. 또 나만 보고 있기에, 내 사소한 변화도 금세 눈치 챈다”고 아내 자랑 삼매경에 빠졌다. 물론 소속팀의 전력분석팀 조언을 듣지만, 이미 아내의 자료로 상대와 자신을 파악한 채 전력분석 미팅에 들어갈 수 있다. 예습 효과다.

킴벌리는 듀브론트가 부진한 날에는 따끔히 ‘일침’을 가하고, 호투한 날에는 누구보다 애정을 담아 칭찬한다. 킴벌리가 듀브론트의 등판이 끝난 뒤 매일 칭찬해줄 수 있을까? 롯데가 바라는 최상 시나리오다.

사직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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