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혜성처럼 떠오른 김혜성이 밝힌 성장기와 목표, 그리고 이정후

입력 2018-09-1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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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김혜성. 스포츠동아DB

넥센 히어로즈는 꾸준히 히트상품을 하나씩 배출하는 구단이다. 2012시즌 서건창과 박병호를 시작으로 2015시즌 김하성, 2017시즌 이정후와 최원태 등의 젊은 피가 KBO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했다. 올해는 김혜성과 김규민, 송성문 등이 그 계보를 잇고 있다. 이 가운데 넥센의 2루를 책임지고 있는 2년차 김혜성(20)은 뜻하지 않게 찾아온 기회를 살리며 규정타석까지 채웠다. 그가 타석에 등장할 때 고척스카이돔에 울려퍼지던 가수 윤하의 히트곡 ‘혜성’처럼 떠오른 것이다.

시즌 초 정강이 부상으로 130일간 자리를 비운 서건창의 대체자로 발탁된 그는 17일까지 123경기에 출장해 타율 0.274(409타수112안타), 5홈런, 45타점, 득점권타율 0.342의 활약을 펼치며 타선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수비에선 15개의 실책을 기록했지만, 넓은 범위를 앞세워 존재감을 뽐냈고, 2루수(770.1이닝)와 유격수(194이닝)를 오가며 내야 센터라인을 견고하게 지켰다. 여기에 도루 부문 공동 2위(28개)의 성적표와 성공률(84.8%·33시도)은 그의 빠른 발과 주루 센스를 증명하는 지표다. 동산고 시절 고교 최고의 타자에게 주어지는 이영민타격상을 수상하는 등 공수를 겸비한 유격수였던 그의 고속성장은 여러 악재가 겹친 2018시즌의 넥센을 깨우기에 부족함이 없다. 기자와 마주앉은 그는 인터뷰 내내 천진난만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해피 바이러스’가 따로 없었다.


● 2년차에 규정타석? 생각도 못 했죠!


-풀타임 1군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생각지도 못한 시즌에 규정타석에 도달하게 돼 굉장히 기쁘다.”


-규정타석 도달은 그 자체만으로 의미가 크다. 2년차에 그 기록을 달성할 것으로 생각했나.

“정말 일찍 한 것 같다. 아직도 실감이 안 나고 얼떨떨하다. 나는 객관적으로 내 기량이 어느 정도인지 늘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빨리 규정타석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해보지 않았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본인의 기량은 어느 정도인가.


“아직 많이 부족하다. 프로야구 1군에서 뛰기에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사실 지금 1군에서 뛰고 있다는 것 자체도 신기하다. 운이 좋았다. 구단에서 많은 기회를 주신 덕분에 꾸준히 그라운드에 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올 시즌 주전으로 뛸 수 있다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해본 적 있나.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서)건창 선배님이 갑자기 부상을 당해 기회를 잡았는데, 당황 아닌 당황을 했었다. 꾸준히 내야수로 뛰었는데, 나는 유격수든 2루수든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적응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고교 시절과 비교해 프로에서 가장 성장했다고 느끼는 부분은 무엇인가.

“모든 면에서 발전한 것 같다. 고등학교 때 타격을 잘하긴 했지만, 지난해에는 공격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다행히 올해는 타격에서 발전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변화구 대처가 아예 안 됐는데, 그나마 올 시즌을 통해 보완한 것 같다. 하지만 수비에선 아직 발전이 없다.”


-강병식 타격코치는 어떤 주문을 하는가.

“결과에 신경 쓰지 말라고 강조하신다. ‘타율을 생각하지 말고 알아서 치다 보면 시즌이 끝나고 결과는 나오게 돼 있다’고 하셨다. 무엇보다 일희일비하지 말고 자신 있게 플레이하라는 주문을 많이 하신다.”

넥센 이정후. 스포츠동아DB


● “입단 동기 이정후 너무 잘 쳐, 볼 때마다 놀라”


-입단 동기 이정후의 첫해 활약을 보며 자극도 받았겠다.

“자극받진 않았다. (이)정후가 너무 잘 쳐서 볼 때마다 깜짝 놀란다. 그저 정후가 멋있어 보였고, 빨리 정후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8월 12일 고척 LG 트윈스전 8회말 대기타석에서 이정후와 나란히 서서 대화하는 장면이 눈에 띄었다.

“맞다(웃음). 정후에게 상대 투수에 대해 물어봤다. 정후는 어떤 공이든 다 잘 치니까. 어떤 상황에든 일일이 정후가 다 알려주곤 한다. 물론 선배님들이 많이 도와주시고, 감독, 코치님들께서도 나이를 떠나 편안하게 해주시니 더 편안하게 뛸 수 있는 것 같다.”


-도루왕 경쟁에서도 상위권에 올라있다. 욕심나지 않는가.


“쉽진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한 번 해보고 싶긴 하다. 그래도 욕심을 부리면 될 것도 안 되니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


-도루는 단순히 발만 빠르다고 되는 게 아니다. 주루 센스의 비결이 궁금하다.

“운이 좋았을 뿐이다. 조재영 주루코치께서 잘해주신 덕분에 많이 공부한 것 같다. (조 코치는 신일고 시절 탁월한 주루센스로 인정받으며 청소년대표까지 지낸 인물이다) 경기 전 상대 투수의 성향을 말씀해주시는데,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뛰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고교 시절보다 도루 타이밍을 잡는 게 훨씬 더 수월해졌다.”


● 궁극적 목표? 유격수 골든글러브!


-2018시즌이 본인 야구인생에 어떻게 작용할까.

“확실한 것은 내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시즌이라는 것이다. 올 시즌보다 잘하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야구인생에서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커리어 전체를 놓고 보자면, 골든글러브다.”


-골든글러브? 유격수인가, 2루수인가.

“유격수다(웃음).”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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