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다림, 4년의 도전’ 김진수 “내게 부상은 끝이 아닌 시작”

입력 2018-12-0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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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운의 아이콘’으로 불릴 정도로 부상과 악연이 깊었던 김진수(전북 현대)는 대한축구협회가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대비해 4일 발표한 국내 소집 명단(23명)에 포함됐다. 김진수는 11일부터 20일까지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이어질 훈련을 통해 기량을 점검받는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불운의 아이콘’으로 불릴 정도로 부상과 악연이 깊었던 김진수(전북 현대)는 대한축구협회가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대비해 4일 발표한 국내 소집 명단(23명)에 포함됐다. 김진수는 11일부터 20일까지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이어질 훈련을 통해 기량을 점검받는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김진수(26·전북 현대)는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불운의 아이콘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부활의 날개를 활짝 펼 참이다.

파울루 벤투(49·포르투갈)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내년 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개최될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대비해 11일부터 울산에서 동계전지훈련을 진행한다. 대한축구협회가 4일 발표한 소집 명단(23명)에 김진수도 포함됐다. 다만 아시안컵을 위한 최종엔트리는 아니다. 11일부터 20일까지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이어질 훈련을 통해 몸 상태와 기량을 점검받는다.

실제로 벤투 감독은 호주~우즈베키스탄으로 이어진 11월 호주 원정 평가전 시리즈에 나선 선수들 가운데 7명을 제외했고, 5명을 새롭게 합류시켰다. 장윤호(22·전북) 한승규(22·울산 현대) 조영욱(19·FC서울) 김준형(22·수원 삼성) 등이 김진수와 함께 부름을 받았다. 벤투 감독이 부임한 뒤 김진수가 호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최고의 왼쪽 풀백으로 통하는 김진수는 34차례 A매치를 소화했음에도 메이저 대회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무려 두 번이나 월드컵에 나서지 못했다. 2014년 브라질, 올해 러시아 대회를 앞두고 불의의 부상을 입었다. 4년 전 발목을 다쳤던 그는 올 3월 북아일랜드 원정 평가전에서 왼쪽 무릎 인대를 다치면서 또 다시 꿈을 접었다. 치열하게 재활훈련에 임했으나 회복하지 못했다.


중요한 순간마다 발목을 잡은 부상. 그러나 김진수에게는 다른 의미였다. 대표팀 명단이 공개된 직후 스포츠동아와의 전화통화에서 그는 “부상이 없었다면 난 빨리 (월드컵의) 꿈을 이룰 수 있었을 것이다. 부상이 있어 계속 목표가 생겼고, 포기하지 않고 달려갈 수 있었다”며 “잃은 부분보다 얻은 것이 훨씬 많다. 부상은 끝이 아닌, 시작이 됐다”고 말했다.

사실 벤투 감독도 김진수의 실력을 파악하고 있었다. 축구협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위원장 김판곤) 산하 스카우트 소위원회에서 대표팀에 포함될 만한 선수들을 전달받은 뒤 꾸준하게 김진수의 재활 상황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틈날 때마다 김 위원장과 교감을 나누며 몸 상태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크해왔다.

김진수. 스포츠동아DB

김진수. 스포츠동아DB


김진수는 10월 28일 K리그1 수원전을 통해 그라운드를 밟았다. 7개월여 만의 출격. 후반 32분 교체 투입된 그는 눈물을 보이며 복받치는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11월 4일 울산전에 선발 출전해 복귀 골을 성공시켰다. 전북이 2-0으로 앞선 전반 33분 짜릿한 왼발 슛으로 상대 골 망을 갈랐다. 항상 벤치에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최강희(59) 감독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박수를 치며 제자를 축하했다.

당시 김진수의 소감은 짧지만 강렬했다. “(최강희) 감독님이 톈진 취안젠(중국) 지휘봉을 잡는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동료들과 감독님께 제대로 힘을 불어넣지 못해 죄송스럽다. 재활 동안 재촉하지 않으셨고 묵묵히 기다려주셨다. 농담으로 격려하시며 편안함을 주셨다. 이제는 2022카타르월드컵에 도전한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달려가겠다.”

다가올 울산소집훈련은 김진수에게 희망의 캠프다. 향후 4년을 바라보는 출발점이다. 물론 쉽지만은 않다. 포지션 경쟁자가 있다. 박주호(31·울산) 홍철(28·수원)과 공정한 경쟁으로 실력을 겨뤄야 한다. 다행히 벤투 감독은 김진수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실력은 물론, 그라운드 밖에서도 성실한 모습의 그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김진수는 “정말 오랜만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너무 많이 쉬었기에 연내 다시 대표팀에서 뛸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는데, 정말 소중한 기회를 얻었다”고 했다. 덧붙여 “아시안컵 출전은 장담할 수 없어도 할 수 있는 모든 걸 쏟아내겠다. 다치지 않고 내년 시즌을 보내고 싶다”며 “전북의 우승을 위해 사력을 다하겠다. 카타르월드컵 도전의 자격을 증명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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