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겨루기보단 머리 맞대야 할 FA 제도 개선

입력 2019-01-17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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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KBO가 새해 첫 실행위원회(10개 구단 단장회의)의 결과를 발표한 16일,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는 “매우 실망”, “유감”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프리에이전트(FA) 제도의 개선을 촉구했다. 하루 전 열린 실행위원회에서 미세먼지경보 발령 시의 경기취소절차 등을 포함한 여러 규정의 신설·개정을 심의하면서도 정작 선수협이 촉각을 곤두세워온 FA 제도 개선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었던 데 따른 항의였다. 선수협은 한발 더 나아가 지난해 9월 KBO가 제안한 FA 제도 개선안을 거부한 뒤 12월 수정안을 역제안한 사실을 털어놓았다.

9월 KBO 제안의 핵심은 개별 FA의 계약총액을 최대 80억원으로 제한하는 ‘FA 상한제’였다. FA 등급제 도입(보상규정 완화), 취득기간 단축 등도 담겨있었다. 선수협은 선별적 수용 의사를 드러냈다. 일종의 ‘독소조항’으로 판단한 상한제는 거부하되 등급제를 비롯한 여타 사항에 대해선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공을 넘겨받은 KBO는 최종안이지 협상안이 아니라며 창구를 닫았다. 이에 선수협은 2개월여 고심하며 수정안을 마련한 뒤 12월초 KBO에 전달했고, 16일 이 같은 사실을 실토한 것이다. 선수협은 수정안을 통해 최저연봉 단계적 인상, FA 취득기간 단축(7년) 및 재취득기간 폐지 등의 전제조건이 충족되면 옵션을 제외한 연봉 형태의 보장금액에 한해 FA 상한제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을 나타냈다.

결국 FA 상한제가 KBO와 선수협의 충돌 지점임을 재확인할 수 있다. 다른 사안들은 타협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등급제를 연결고리로 한 FA 보상 축소, 취득기간 단축 등이다. 협상 테이블을 차려 합의가 가능한 부분부터 논의할 수 있다. 그러나 KBO와 구단들은 지난해 9월 제안 이후 꿈쩍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재까지의 상황이다. 일종의 ‘냉각기’ 또는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FA 거품을 제거하는 일은 KBO리그의 내실 있는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 80억은 고사하고 50억, 60억도 과하다고 보는 시각이 존재하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3년 연속 800만 관중을 돌파하는 등 KBO리그는 외형적으로 크게 성장했지만, 구단들은 여전히 만성적자구조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도한 FA 계약액은 ‘이기적인’ 일부 선수들만의 책임이 아니다. 성적지상주의에 매몰된 일부 구단들 역시 책임이 크다. 그들 역시 이기적이었거나 최소한 방조자였다. ‘쌍방과실’의 측면이 크다. 2019년 FA 시장에서도 결국 ‘빅3’ 양의지(4년 125억원·NC 다이노스), 최정(6년 106억원), 이재원(4년 69억원·이상 SK 와이번스)에게는 합계 300억원의 돈다발이 풀렸다.

우선은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부분부터 머리를 맞대고 접점을 찾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듯하다. 보상규정의 완화만 해도 선수들에게만 유리한 것이 아니다. 적어도 중소형 FA들만이라도 지금보다는 수월하게 이적할 수 있다면 전력평준화에 일조해 상당수 구단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다. KBO와 구단들이 고수하고 있는 일괄타결 형태로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상한제를 제외한 다른 사항에 대한 합의가 KBO 또는 구단들의 패배를 의미하지 않는다. KBO와 선수협이 공존 또는 상생의 지혜를 짜낼 때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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