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사’ 하재훈의 배짱 “직구로 맞으면요? 더 세게 던져야죠”

입력 2019-05-02 15: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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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하재훈.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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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원래 승부하는 걸 좋아합니다.”

SK 와이번스 하재훈(29)이 품은 두둑한 배짱은 그의 묵직한 직구를 닮았다.

투수 전향 첫 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마운드 위에서 여유가 넘친다. 집단 마무리 체제에 돌입한 팀의 상황 속에서 최근 세 경기 연속 무실점 세이브를 챙기며 강한 인상을 남기는 중이다. 2일까지 벌써 16경기에 나서 평균자책점 2.40에 4승 3홀드 3세이브를 기록하며 불펜의 핵으로 떠올랐다. 스스로는 “특별한 것은 없다. 단지 근래 나의 페이스가 좋을 뿐”이라고 하지만, 단연 돋보이는 데뷔 시즌이다.

SK 염경엽 감독이 그리는 이상적인 마무리 투수의 요건을 모두 갖췄다. 힘으로 압도할 수 있는 공과 강한 멘탈이다. 평균 146㎞의 직구로 타자들을 꼼짝없이 돌려 세우는 하재훈은 15이닝 동안 17삼진을 솎아냈을 만큼 공격적인 피칭을 선보인다. 아직 단 하나의 홈런도 허용하지 않았을 정도로 위력적인 공을 구사하는 것은 물론이다. 손혁 투수 코치도 하재훈을 두고 “볼 끝이 워낙 좋다. 여느 투수들과 투구 타이밍이 달라 타자들로선 하재훈을 상대하기 쉽지 않다”고 호평했다.

직구 구사율이 74.5%에 이르지만, 자신 있게 스트라이크 존 한 가운데 공을 꽂아 넣는다. 타자와의 신경전에서 밀려나는 법이 없다. 하재훈은 “야구는 결국 상대적이다. 안타를 맞더라도 기 싸움에서만큼은 이기려는 생각”이라며 “괜히 겁먹고 던졌다가 안타를 맞으면 열 받지 않나. 내 기로 누른다는 생각으로 후회 없이 던져서 맞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직구에 대한 믿음이 많이 생겼다. 패턴이 읽히면 직구를 더 세게 던지면 된다”며 “타자가 내 직구를 치면 더 세게, 또 더 세게 가는 거다. 그러면 공이 빠르지 않더라도 아우라가 있다. 그걸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일본 무대를 거쳐 뒤늦게 KBO리그에 첫 발을 내딛었다. 더욱이 투수로 온전히 한 시즌을 치르는 것은 처음이다. SK 입단과 동시에 외야수에서 투수로 보직을 바꾸는 결단이 필요했다. 그에겐 또 다른 도전이었다. 하재훈은 “어려운 결정이었다. 그동안 해온 것을 포기해야하는데, 그게 참 힘든 일이었다”면서도 “올해가 내게는 터닝 포인트”라고 했다. 한편으론 “아무것도 모르고 시즌을 치르다보니 어려운 부분도 있다. 한국에 1년 더 빨리 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고 했다. 하지만 산전수전을 다 겪은 과거의 도전들이 오늘날의 강인한 하재훈을 만들었다.

굳은 표정으로 마운드를 지키는 까닭에 다소 차가운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아재 개그’를 즐기는 반전 매력의 소유자다. 그는 “장난이 없으면 못 산다. 뒤에서는 내가 더 장난을 많이 친다”며 “아재 개그를 좋아하는데, 동료들은 웃어주지도 않고, 그냥 무시하고 지나간다. 그러면 나도 무시하고 반대로 간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SK 특유의 활기찬 덕 아웃 분위기에도 순조롭게 녹아든 하재훈이다.

목표는 완주다. 하재훈은 “아무리 야구를 잘해도 시즌을 완주하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아프지 않아야 한다. 몸 관리를 잘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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