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호의 해피존] FA개혁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들

입력 2019-05-1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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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KBO 총재. 스포츠동아DB

9일 정운찬 KBO 총재와 이대호 프로야구선수협회 회장이 공식적으로 첫 회동을 했다. 한국프로야구는 프리에이전트(FA) 제도 개혁이라는 엄중하고 시급한 숙제를 풀어야 한다. 첫 만남에서 구체적인 공방은 오가지 않았다. ‘인사’가 첫 번째 목적이었고 상호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선수협회는 앞서 KBO의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를 철회하며 협상 테이블에 더 가까이 다가갔다.

KBO리그 구단들은 자생력으로 표현되는 재정 자립도를 위해 더 이상 선수들의 초고액 연봉을 유지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FA 상한제 도입 필요성에 대한 입장도 변함이 없다. 정 총재는 “프로야구팀의 존재 이유이자 가장 큰 영광인 우승컵이 부담스럽다고 하는 팀이 있을 정도다”고 말했다. 우승을 하면 연봉 총액이 크게 상승할 수밖에 없고 재정적으로 이 부분을 부담스럽게 느끼고 있는 구단이 존재한다는 다소 충격적인 말이다.

선수협회는 FA제도 개선에 앞서 저연봉 선수들에 대한 처우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쉽게 다가가기에는 복잡한 이면이 존재한다. KBO리그 최저연봉은 2700만 원이다. 인상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반면 현실적인 우려도 따른다. 최저연봉이 인상되면 그만큼 구단의 소속 선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뛰어난 리더는 적게 말하고 잘 듣는다. 훌륭한 리더는 쓴 소리를 더 좋아한다. KBO 커미셔너와 선수협회 회장 모두 시급한 난제를 풀기 위해서는 다양한 의견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야구현장 그리고 팬 사이에서도 FA 제도 개선에 대한 다양한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몇 가지는 무릎을 탁 칠 정도로 혁신적이면서도 효율적이다.

첫 번째는 FA선수 보유 숫자 제한이다. 총액이 아닌 보유 숫자를 제한해 출혈 경쟁을 막고 리그 전력 평준화도 이룰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제한된 숫자에는 원 소속 선수와의 FA 계약도 포함된다. 구단 입장에서는 FA 계약에 훨씬 신중해 질 수밖에 없다.

구단이 보유한 FA 선수에 대한 지급 총액을 제한하자는 의견도 있다. 선수 숫자가 아닌 금액을 통한 통제다. 매년 계약금과 연봉을 더한 연평균 지급액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면 왜곡된 시장질서가 바로 잡힐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구단이 특급 FA 선수와 거액 계약을 맺으면 그 기간동안 또 다른 대형 FA 계약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전력평준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선수들 역시 개별 계약총액 제한이 없기 때문에 지금보다 반감이 줄어 들 수 있다. 연평균 지급액을 낮추기 위해 6년, 7년 장기 계약이 나올 수도 있다.

35세 이상 베테랑 선수는 보상선수 없는 완전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주고 계약기간도 1년 단위로 할 수 있게 하자는 의견도 있다. 이 역시 각 팀이 저비용 고효율 투자로 꼭 필요한 포지션에 전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된다. 선수들의 선수생명도 지금보다 늘어날 수 있다.

# ‘마지막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는 스트라이크존을 77개의 공으로 나눠 공략했다. 그중 자신이 4할 이상 타율을 기록할 수 있는 코스의 공3.5개를 ‘해피존’이라고 이름 지었다. 타자는 놓쳐서는 안 되는 반대로 투수는 절대로 피해야 할 해피존은 인생의 축소판인 야구의 철학이 요약된 곳이다.

이경호 스포츠부 차장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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