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김헌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실제로 코너 외야수(좌·우익수)는 휘어지는 타구 처리에 대한 어려움이 있지만, 좌익수는 우익수처럼 강한 어깨를 필요로 하진 않는다. 1루주자의 3루 진루를 막아야 하는 우익수처럼 장거리 송구를 할 일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외야수의 실책 하나는 곧바로 대량실점으로 이어진다. 포지션을 가릴 것 없이 매우 신중하게 타구 하나하나를 처리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 점에 비춰보면 수비력이 뛰어난 좌익수의 가치는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삼성 라이온즈 좌익수 김헌곤(31)이 뛰어난 수비로 주목받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삼성 김헌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김헌곤은 올 시즌 규정타석을 채운 10개 구단 좌익수(8명) 가운데 가장 많은 124개의 뜬공을 처리했다. 66경기(62선발)에서 548.2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보살 4개도 기록했다. 김현수(LG 트윈스)와 함께 8명 중 가장 많은 수치다. 실책은 단 하나도 저지르지 않아 100%의 수비율을 자랑한다. 빠른 발을 앞세워 KBO리그 외야수 중 가장 넓은 수비범위를 자랑하는 중견수 박해민, 강한 어깨를 지닌 우익수 구자욱과 함께 삼성이 강력한 외야를 구축하는 데 크게 일조하고 있다. 김헌곤은 “외야에선 공이 뒤로 빠지면 아무도 없다”는 말로 중요성을 역설했다.
올 시즌 주자 2루 상황에서 안타가 나왔을 때 리그 외야진의 득점 허용률은 68.2%(911회 중 621회)다. 삼성 외야진은 이 상황에서 득점 허용률이 59.8%(87회 중 52회)에 불과하다. 양 코너에 강한 어깨를 지닌 외야수를 둔 덕분이다. 같은 상황에서 김헌곤이 타구를 처리했을 때 득점 허용률은 52.8%(36회 중 19회)에 불과하다. 이는 규정타석을 채운 좌익수 8명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공격에서도 타율 0.289(242타수70안타), 4홈런, 32타점, 득점권타율 0.324로 타선에 힘을 보태고 있는 김헌곤의 조용한 활약이 삼성의 반격에 큰 힘을 보태고 있음은 물론이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