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이노베이터 퇴출, ‘정상구단’ 멀기만한 키움

입력 2019-11-05 15: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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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장정석 전 감독. 스포츠동아DB

2019년 11월 4일은 키움 히어로즈 팬들에게 충격적인 하루였다. 많은 야구팬들도 많이 놀랐다. 여러 야구 커뮤니티, 뉴스 댓글에 그 참담함이 담겨있다.

장 전 감독은 이노베이터(innovator)로 불러도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혁신적인 지도자였다. 명장으로 불린 위대한 감독들도 시도하지 못한 새로운 전략에 용감하게 도전했다. 토니 라루사 감독이 만든 가장 강력한 불펜 투수를 9회 투입하는 전술은 그동안 교과서 같은 전술이었다. 그러나 장 전 감독은 올 시즌 과감하게 이 틀을 깼다. 2명의 주전 포수, 박병호 2번 카드도 참신했다.

장 전 감독과 결별한 키움은 손혁 새 감독을 영입했고 하송 대표이사는 이 같이 말했다. “손혁 신임 감독은 끊임없이 연구하는 지도자다. 야구에 대한 열정 또한 뜨겁다”, ‘손혁’을 지우고 ‘장정석’을 써도 달라질 것이 하나도 없는 의미 없는 말이다.

차라리 ‘새로운 세대를 위한 투수 교과서’의 저자이기도 한 투수 전문가에게 지휘봉을 맡기고 싶었다는 말이었으면 참신하기라도 했다.

하 대표는 히어로즈의 정상화를 위해 영입된 허민 이사회 의장의 심복이다. 게임회사를 매각해 큰 부를 쌓은 허 의장은 과거 수차례 프로야구단 구단주가 꿈이라고 스스로 강조했다. 실제로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를 운영하며 큰 찬사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많은 야구 관계자들은 허민 의장이 원더스를 프로야구 구단주가 되는 징검다리로 여긴다고 판단했었다. 원더스는 퓨처스 팀에 많은 승리를 거뒀지만 외국인 투수를 5명이나 기용했다. 이들이 50% 이상 이닝을 책임졌다. 실패를 경험한 선수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창단 목표와는 거리가 멀었다. 원더스는 이상하리만큼 퓨처스팀과 승률에 집착했다.

허 의장은 원더스가 KBO리그 회원이 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미련 없이 팀을 해체했다. 80명의 선수, 코치 직원이 하루아침에 직업을 잃었다. 이제 히어로즈는 허 의장이 구단주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구단을 완벽하게 장악한 뒤 대주주 이장석 전 대표를 강하게 압박해야 가장 좋은 조건으로 인수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허 의장과 하 대표는 이미 지난해부터 다수의 구단의 핵심 프런트의 보직을 바꾸는 등 영향력을 키워왔다.

10월 29일 하 대표가 취임해 경영권을 확보했고 곧장 감독 교체 작업을 시작했다. 실무진은 장 전 감독과 새 계약을 준비했고 대표이사는 승인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손혁 감독 영입을 결정했다. 한 야구 원로는 “글로벌 기업의 대주주인 다른 구단주도 야구단을 이렇게 독단적으로 운영하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허 의장, 하 대표는 히어로즈가 정상구단이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바람 속에 영입됐지만 오히려 더 비정상적인 구단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사회 의장이 2군 선수들을 세워놓고 라이브 피칭을 하고 대표이사는 취임 5일 만에 5명의 후보와 면접을 본 뒤 준우승 감독을 교체했다.

정상적인 구단이라면 새 대표이사가 충분히 현황을 파악하고 자신보다 훨씬 야구를 잘 알고, 정보가 많은 실무진의 의견을 경청한 뒤 결정했어야 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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