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환 끌고 안치홍 밀고…KIA는 돈만 낸다?

입력 2020-01-15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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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오지환(왼쪽)-롯데 안치홍. 스포츠동아DB

LG 오지환(왼쪽)-롯데 안치홍. 스포츠동아DB

KIA 타이거즈는 14일 프리에이전트(FA) 유격수 김선빈과 4년 최대 40억 원(계약금 16억 원+연봉 총액 18억 원+옵션 총액 6억 원)에 계약했다. 지난 시즌 후 FA 시장의 문을 두드린 2명의 내부 FA 중 2루수 안치홍을 롯데 자이언츠에 빼앗긴지 8일만이다.

김선빈과 KIA의 계약은 ‘만시지탄’에 가깝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라는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모두 KIA 프런트의 안일한 사태인식과 무능을 지적하는 말들이다. 김선빈에게는 ‘꿩 대신 닭’이라는 상처까지 안겼다.

지난달 20일 또 다른 FA 유격수 오지환은 원 소속팀 LG 트윈스와 4년 40억 원(계약금 16억 원+연봉 총액 24억 원)에 계약하고 잔류를 택했다. 김선빈과 달리 옵션 없이 순수 보장액이다. 즉각적으로 ‘오버페이’ 논란이 일었고, 당시 시장에 남아있던 비슷한 등급의 다른 FA들에게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하리란 전망이 나왔다.

그럼에도 KIA 프런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의 움직임에 둔감했거나 눈을 감은 듯했다. 그 대가는 혹독했다.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안치홍이 2+2년 최대 56억 원에 롯데행을 결정한 뒤에야 심각성을 깨달았다. 조계현 KIA 단장이 직접 김선빈 측과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은 계기다.

구체적 제시액 없이 시간만 흘려보낸 구단의 처사에 감정이 상한 상태였지만, 김선빈 측은 안치홍의 이탈로 유리해진 국면을 놓치지 않았다. ‘김선빈만큼은 꼭 잡으라’는 팬들의 성화에 다급해진 쪽은 KIA였기 때문이다. 30억 원 수준으로 책정됐던 김선빈의 몸값은 결국 40억 원으로 치솟았다. KIA 구단의 완벽한 패배다.

KIA는 2개월을 허비하다 마치 등 떠밀린 듯 김선빈과 FA 협상을 진행했다. 오지환이 끌어준 40억 원의 가이드라인, 안치홍이 밀어준 협상 동력을 김선빈 측은 충실히 활용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이 과정에서 조계현 단장은 선수단과 소통에 능하리란 ‘선수 출신 단장’의 장점을 발휘하지 못한 꼴이 됐다. 그 결과 KIA는 자신들의 의지를 관철시키지 못한 채 앞으로 최소 34억 원, 최대 40억 원을 지출하게 생겼다. KIA로선 득보다 실이 더 큰 겨울이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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