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대표팀 김연경. 스포츠동아DB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지난 1월 태국 라콘라차시마에서 모든 팬들이 원하던 2020도쿄올림픽 본선 출전권을 따냈다. 그 것도 예상을 깨고 홈팀 태국에 3-0 완승을 거뒀다. 이미 수십 차례 재방송 되는 그 경기는 몇 번을 봐도 깊은 감명이 있다. 복근부상으로 출전이 불가능할 것 같았던 김연경이 진통제주사를 맞고 결승전에 출전해 우승을 확정하는 포인트를 내는 장면은 1982년 한국시리즈 6차전 때 OB베어스 박철순의 투혼을 기억나게 했다. 대표팀에 합류했을 때부터 복근이 좋지 않았던 김연경은 결승전 시작하기 직전에 진통제 주사를 맞았는데 3세트 막판에는 진통제의 효능이 차츰 떨어지고 있었다고 한다.
김연경은 복근부상 탓에 소속팀 엑자시바시에서 경기를 뛰지 못하는 형편이 됐다. 지금 국내에서 열심히 치료중이다. 중순에는 소속팀에 복귀한다지만 언제 완전한 몸으로 다시 코트에 설 지는 지켜봐야 한다. ‘노 워크, 노 페이’가 적용되는 계약관행에 따라 김연경의 연봉은 많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사정에 처했다. 그래서 더욱 그 투혼이 고맙고 희생이 미안할 뿐이다.
어찌된 일인지 대한배구협회가 이번에는 발 빠르게 대책을 내놓았다.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김연경의 치료비를 부담하고 줄어든 연봉의 일부도 보전해주고 엑자시바시에도 미안하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고 했다.
잘 했지만 여기서 대한배구협회가 한국배구연맹(KOVO), V리그 선수들을 대하는 시선도 드러났다. 이번 올림픽 최종예선전을 위해 고생한 사람은 김연경 뿐만이 아니다. KOVO는 V리그를 중단해가면서 여자 13명, 남자 12명(군 입대선수 제외)의 귀중한 선수를 차출해줬다. 지금 이 가운데 흥국생명 이재영과 IBK기업은행 김희진은 최종예선전에서 당한 부상으로 리그경기에 뛰지 못한다. 이재영은 부상상태가 심해 언제 복귀할지도 불투명하다.
아쉽게도 협회는 이들 2명에게는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다. 우리선수들의 몸 상태보다 성적이 더 중요했던 라바리니 감독과 외국인스태프는 그렇다고 쳐도 본선티켓을 따 왔다고 공항에서 사진을 찍던 높으신 분 어느 누구도 위로하고 걱정해주지 않았다. 김연경에 들이는 관심의 일부만 V리그 선수들에게 기울이면 감사하다는 말을 들었겠지만 이들은 전화 한 통화 없었다. 부상선수들이 속한 프로구단도 마찬가지다. 편지는커녕 문자조차 없었다.
해마다 대표팀을 위해 6억원을 지원하고 팀의 귀한 선수들을 빼주느라 시즌 성적마저도 떨어진 프로팀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리 선수들은 쭉정이고 김연경만 선수냐”는 것이다. 지금 대한배구협회의 눈에는 여자배구대표팀이 오직 김연경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모양이다. 김연경이 아무리 위대한 선수이기는 하지만 그날 V리그의 선수 13명도 최선을 다했고 자신의 몸을 희생하며 도왔다. 그런데도 돌아오는 대접은 달랐다.
대표팀은 모두의 팀이다. 대한배구협회가 이 것을 공식적으로 부정하면서 팀워크를 깨는 행동을 했다. V리그의 남녀 대표팀 선수들은 협회가 잘했다고 내놓은 생색에 더 큰 상처를 받았다. 이래놓고도 다음 국제대회에 또 참여를 강요하면 대표 선수들과 프로 팀은 어떤 생각을 할까. 혹시 대한배구협회는 KOVO를 산하단체라 여겨서 무시하는 것은 아닐지 궁금하다. 대회 때 태국에서 있었던 얘기들을 모아보면 이런 생각이 간혹 들 때가 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