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다영의 플로리다 리포트] “아이 갓 잇!” 외치며 다가간 김광현…웃음 가득했던 첫 공식 훈련

입력 2020-02-13 09:4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김광현. 스포츠동아DB

김광현. 스포츠동아DB

“아이 갓 잇(I got it·내가 할게)!”

마치 마법의 주문 같았다. 메이저리그(MLB)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새 둥지를 튼 김광현(32)은 동료들과 약속된 사인을 외치며 소속팀의 첫 공식 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투·포수가 한 자리에 모였다. 세인트루이스는 13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 로저 딘 스타디움 훈련장에서 투·포수 첫 공식 합동 훈련을 진행했다. 하루 전 첫 불펜 피칭을 소화한 김광현은 이날 베테랑 투수 애덤 웨인라이트, 5선발 경쟁자 카를로스 마르티네스를 포함한 5명의 동료들과 같은 조에 속해 구슬땀을 흘렸다. 가장 먼저 캐치볼로 가볍게 몸을 풀었고, 넓은 구장의 여러 면을 옮겨 다니면서 투수 앞 땅볼·뜬공 처리, 1루 커버 플레이 등의 기본적인 훈련에 참여했다.

공식 훈련에 걸맞게 ‘KIM’이 새겨진 세인트루이스 유니폼을 처음으로 완벽히 차려 입었다. 한국에서 쓰던 익숙한 글러브와 스파이크까지 곁들인 김광현은 제법 메이저리거의 분위기를 풍겼다. 절로 기운도 샘솟았다. 플로리다 특유의 뙤약볕 아래에서도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오랜만에 이렇게 더운데서 공을 받고 뛰고 던지고 하니까 진짜 야구를 하는 것 같다”고 웃어 보인 김광현은 “그동안 개인 운동을 소화하면서 나와 타협하는 순간도 많았다. 이제야 정말 운동을 하는 느낌이 든다”고 만족스러워했다.

동료들과도 한결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뜬공 수비 훈련 때는 한국에서 익숙하게 사용했던 “마이 볼(my ball)” 사인 대신 “아이 갓 잇(I got it·내가 할게)”을 셀 수 없이 외쳤다. 처음에는 쑥스러운 듯 작은 목소리를 냈지만, 횟수를 거듭하며 자신감이 붙었고 이내 여느 동료들처럼 익숙하게 소리쳤다. 영어로 소통하는데 재미를 붙인 듯한 김광현은 훈련 도중 물을 마시면서도 동료들과 “아이 갓 잇”하며 장난을 주고받았다. 김광현은 “웨인라이트가 ‘발음이 너무 웃기다’고 하더라. 앞으로는 혀를 더 굴려야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팀에 녹아들기 위해 노력하는 김광현을 향해 동료들도 마음을 활짝 열었다. 어려운 땅볼 수비를 안정적으로 처리해내는 김광현의 모습을 지켜보며 환호하는 등 친근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동료들의 칭찬에 김광현은 쑥스러운 듯 번번이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나를 포함해 이 팀에 처음 온 선수들이 많다. 서로 친해지기 위해 그룹을 바꿔가면서 배정해준다고 하더라”며 “오늘은 아무래도 조던 힉스, 웨인라이트 등과 함께 하면서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반겼다.

개인적인 준비 과정도 성실히 밟아나갈 계획이다. 23일 뉴욕 메츠와의 시범경기에 등판하는 김광현은 이를 앞두고 서서히 투구수를 늘리려한다. 12일 첫 불펜 피칭에서 50구를 소화한 그는 14·16일 이어지는 불펜 피칭에서 투구수를 60~70개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다. 김광현은 “약 10일 후 시범 경기에 나간다. 그 경기에 맞춰서 최대한의 컨디션으로 몸을 만들 생각”이라고 밝혔다.

주피터(미 플로리다주) |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