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정지윤(왼쪽). 스포츠동아DB
주전 리베로의 이탈. 3년차 백업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언니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현대건설의 선두 지키기는 기록에 드러나지 않는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현대건설은 18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도드람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IBK기업은행과 맞대결에서 세트스코어 3-0(25-23 25-20 25-20) 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현대건설(승점 51)은 2위 GS칼텍스(승점 46)와 격차를 벌리며 선두 자리를 굳혔다. 반면 최하위 IBK기업은행(승점 21)은 승부처에서 번번이 무너지며 5위 도로공사(승점 22) 추격에 실패, 87일만의 탈꼴찌 기회를 놓쳤다.
한 명에 편중되지 않는 현대건설 특유의 컬러가 빛을 발했다. 미들블로커 정지윤은 블로킹 5개 포함 15득점으로 펄펄 날았고 ‘주포’ 헤일리 스펠만(12득점)과 양효진(10득점)도 두 자릿수 득점으로 힘을 보탰다. 여기에 세터 이다영도 7득점으로 공격에서까지 힘을 보탰다.
선두와 최하위의 맞대결이었지만 경기 전 분위기는 한 쪽의 우세를 점치기 어려웠다. 현대건설은 지난 4일 리베로 김연견의 시즌 아웃 부상(비골 골절) 이후 2경기에서 1승1패를 거뒀다. 승패를 떠나 수비 조직력이 여실히 흔들렸는데, 특히 15일 KGC인삼공사전에서는 ‘대체 리베로’ 고유민이 적응에 실패하며 세트스코어 1-3으로 무너졌다.
경기 전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은 “고유민이 낯선 리베로에 부담을 느꼈다. 기존의 레프트 자리로 돌아간다. 리베로는 백업 이영주에게 맡길 것”이라고 밝혔다. 김우재 IBK기업은행 감독도 “현대건설이 리베로의 중요성을 느꼈을 것”이라며 “상대 리베로가 흔들리는 만큼 준비 과정부터 서브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리베로의 리시브 부담은 동료들이 메워줄 수 있다. 이날도 2세트까지 리시브 효율은 15.38%로 상대(30.23%)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지만 확실한 연결에 바탕을 둔 조직력으로 버텨냈다.
현대건설은 1세트 19-18로 앞선 상황에서 양효진의 연이은 속공으로 리드를 벌려 기선을 제압했다. 2세트 초반 2-7까지 밀렸지만 고예림의 오픈 공격에 양효진의 블로킹 등을 묶어 10-10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진 팽팽한 상황마다 ‘베테랑’ 황민경이 퀵오픈으로 리드를 가져왔다. 모두가 리시브, 디그의 부담을 나눴기에 득점포도 다양한 곳에서 터져 나올 수 있었다.
수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