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사커] 올림픽 남자축구는 왜 연령 제한을 뒀을까?

입력 2020-03-2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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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대한축구협회

2020도쿄올림픽이 내년으로 연기된 가운데 남자축구의 출전 연령이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올림픽 종목 중 나이를 제한하는 건 남자축구가 유일하다. 출전 자격은 23세 이하(U-23)이며, 연령 제한이 없는 3명의 와일드카드가 허용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도쿄올림픽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내년으로 늦춰지면서 올해 23세 선수(1997년생)가 출전 자격을 잃게 된 것이다. 더구나 이들이 한국대표팀의 주축이라는 점 때문에 김학범호는 비상이 걸렸다.

이에 대한축구협회가 발 벗고 나섰다. 축구협회는 출전 자격이 불명확해진 1997년생의 올림픽 참가 권리를 보호해달라는 요청의 공식 서한을 아시아축구연맹(AFC)과 국제축구연맹(FIFA),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26일 전달했다. 따라서 당분간 1997년생의 올림픽 출전여부가 관심의 초점이 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왜 남자축구에만 이런 나이 제한이 있는 걸까. 여기에는 FIFA와 IOC의 기나긴 다툼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IOC가 주관한 초창기 올림픽은 나이 제한 없이 프로 선수의 출전을 금지했다. 아마추어리즘을 충실히 지킨 것이다. 이에 반해 FIFA는 프로 선수가 출전할 수 있는 대회, 즉 월드컵을 1930년 창설했다.

양 측은 프로와 아마추어의 구분이 모호해진 1980년대 들면서 첨예하게 대립했다. FIFA는 월드컵을, IOC는 올림픽을 흥행시키기 위해 운명의 힘겨루기를 벌인 것이다. 1952년 대회부터 1980년 대회까지 동유럽 국가들이 올림픽 우승을 휩쓸자 다른 대륙에서 불만이 터져 나온 게 빌미가 됐다. 이에 FIFA는 올림픽 출전에 나이 제한을 두는 규정을 마련했다. FIFA의 속내는 뻔했다. 올림픽에 23세 이하만 출전시켜야 월드컵의 주목도를 높일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적용 시점은 1988년 서울올림픽으로 잡았다.

이에 반발한 IOC는 1984년 LA올림픽부터 프로 선수의 출전을 허용하며 맞불을 놨다. 이는 월드컵 스타의 출전으로 올림픽 흥행을 도모하겠다는 구상이었다. 프로 선수를 올림픽에 뺏길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FIFA는 이미 월드컵을 경험한 선수의 올림픽 출전을 제한해버렸다. 다만, 아시아·아프리카 등 축구 변방국 선수는 예외로 뒀다.

양 단체의 자존심 싸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런 대립 상황에서 치러진 서울올림픽은 피해 대신 혜택을 누린 대회로 기록됐다. 프로 선수의 출전은 물론이고 나이 제한도 적용 받지 않았던 것이다. 그 덕분에 축구스타들이 즐비했다.

우여곡절 끝에 출전 연령이 23세 이하로 제한된 첫 번째 대회는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이었다. 아마추어와 프로 구분 없이 무조건 23세 이하 선수만 출전이 가능했다. 하지만 경기력은 물론이고 흥행 면에서도 기대에 못 미치자 FIFA와 IOC는 ‘본선에 한해 연령에 관계없이 3명의 와일드카드 선수를 출전 시킨다’는 개선안을 마련해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부터 적용했다. 와일드카드 제도가 양측의 타협점이었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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