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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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진짜 모든 게 좋았죠.”

행복한 기억은 머리 속에 오래 남는다. 빡빡한 현실과 마주하다 보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과거를 다시 떠올리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프로무대에서 ‘우승’이라는 진귀한 경험을 한 선수들이라면 그 잔상은 더 진하게 남는다.

KIA 타이거즈는 전신 해태 시절과는 다르게 우승 경험이 풍부한 팀은 아니었다. 조범현 전 감독이 이끈 2009년과 김기태 전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17년 각각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 2차례 우승 사이에는 8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3년 전인 2017년의 우승 멤버들은 “모든 게 좋았던 시즌”이라며 당시를 떠올리곤 한다. 막강 선발진과 맹타를 휘둘렀던 타선. 우승을 위해 질주한 KIA 선수단의 투타 호흡은 그 어느 시즌보다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우선 외인농사가 대풍이었다. 헥터 노에시와 팻딘으로 이어지는 외인 원투펀치는 그 시절 29승을 합작했다. ‘에이스’ 헥터는 압도적 구위로 20승5패, 평균자책점(ERA) 3.48의 엄청난 성적을 남겼다. 팻딘은 헥터만큼은 아니었지만 9승7패, ERA 4.14를 찍으며 선발로 176이닝을 소화했다.

타선에선 한 시즌 내내 타격왕 페이스를 지킨 김선빈이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타율 0.370, 64타점, 84득점, 176안타를 기록해 타격왕에 올랐다. 당시 상대투수가 공략할 곳이 없는 부채꼴 타법으로 무장한 그는 KIA의 공격 흐름을 만들고 이어가는 데 중추적 역할을 맡았다.

공교롭게도 KIA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2020시즌 초반 그 시절의 좋은 기억들이 다시 떠올려지고 있다. 효자 외국인 듀오가 재등장했고, 김선빈은 여전히 맹타로 공격을 이끌고 있다.

애런 브룩스(1승1패·ERA 3.28)와 드류 가뇽(2승2패·ERA 2.70)은 KBO리그 적응을 일찍 마쳤다. 브룩스는 다양한 구종과 힘 있는 구위로 타자들을 압도하고 있고, 가뇽은 시속 140㎞대 후반의 직구와 변화무쌍한 체인지업으로 삼진 쇼를 벌이는 중이다.

김선빈은 26일까지 19경기에서 타율 0.361, 10타점, 13득점, 26안타를 기록했다.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은 “외야 어디로든 타구를 보낼 수 있는 김선빈의 타격능력은 팀에 매우 큰 보탬이 되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KIA는 시즌 전 전문가 예상에서 약체로 분류됐다. 그러나 현재 5할 승률을 훌쩍 넘어 물오른 상승세까지 보이며 상위권을 정조준하고 있다. 2017년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2020년의 KIA는 좋았던 기억을 되살려 또다시 역사를 만들 수 있을까. 날카로운 호랑이 군단의 발톱과 이빨이 시즌 초 심상치 않게 움직이고 있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