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남자부 대한항공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탈리아 출신 산틸리 감독이 8일 경기도 용인 대한항공 점보스 체육관에서 2주간 자가격리를 마친 뒤 첫 훈련에서 미소짓고 있다. 용인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우리의 훈련에는 늘 대결구도가 있을 겁니다.”
남자프로배구 대한항공이 로베르토 산틸리(55) 신임 감독과 첫 발을 뗐다. 새로운 여정에 돌입한 대한항공의 키워드는 ‘경쟁’과 ‘실전’이다.
V리그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을 마주했다. 산틸리 감독은 8일 경기도 용인 대한항공 신갈연수원에서 선수단과 첫 공식훈련을 했다. 전력분석 전문가로 그를 보좌하는 프란체스코 올레니 코치도 함께했다. 지난달 24일 입국한 두 사람은 이달 7일까지 2주간 자가격리 기간을 거친 끝에 대한항공의 훈련 코트를 직접 밟을 수 있었다.
산틸리 감독은 이날 1시간20여분 동안 진행된 훈련에서 미니게임으로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했다. 그간 영상 자료만으로 선수단의 모습을 확인했던 그는 “대한항공 선수들은 이미 배구를 어떻게 하는지 잘 안다. 한선수를 비롯해 국제적으로도 훌륭한 선수가 많다”고 호평하며 “나는 이 팀의 기존 스타일에 기술을 좀 더 추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남자부에서 최상위 전력으로 꼽힌다. 리그를 대표하는 세터 한선수가 야전사령관으로 버티고 있고 곽승석, 정지석 등 날개 공격진의 공수 안정감도 뛰어나다. 2016~2017시즌부터는 3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오르며 경쟁력을 과시했다.
이에 산틸리 감독도 큰 변화보다는 디테일 추가에 중점을 두고 있다. 훈련도 철저히 실전 위주로 이끌 생각이다. 산틸리 감독은 “전문적이고 세부적으로 기술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다. 경기에 연관된 상황들에 집중하려고 한다”며 “경쟁이 있어야 경기감각을 향상시킬 수 있다. 그러면 선수들도 기술과 전술을 더 빨리 받아들이고 느낀다. 앞으로 대한항공의 훈련에는 늘 대결구도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V리그 입성을 두고 “재미있는 도전”이라고 표현한 산틸리 감독은 선수들에게도 ‘흥’을 강조한다. 주장 한선수는 “감독님께서 ‘연습은 즐거워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스스로 즐거워야 훈련에 임하는 집중력도 함께 오를 수 있다”며 “새로운 감독님과 시즌을 준비하는 만큼 선수들끼리도 더욱 집중하자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모든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배운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챔피언 등극은 모든 팀의 지향점이다. 산틸리 감독은 한 단계 위를 본다. 우승으로 가는 과정의 이야기도 풍성하게 써내려갈 계획이다. 그는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하지만 그에 앞서 팀이 우승이라는 단어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며 “우승까지의 과정을 어떻게 준비했고, 어떻게 우승했는지가 더욱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