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A 문경찬은 평균 구속 140km의 직구로도 팀의 뒷문을 단단히 걸어 잠근다. “나는 나만의 스타일이 있다”는 그는 자신의 공에 대한 굳건한 믿음 하나로 첫 풀타임 클로저 시즌을 보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저는 저만의 스타일이 있으니까요.”
팀 승리를 결정짓는 가장 위태로운 자리에서도 흔들림이 없다. 첫 풀타임 클로저 시즌을 치르는 문경찬(28·KIA 타이거즈)은 자신의 공을 믿으면서 분명한 ‘무게중심’을 얻었다.
두 시즌 연속 KIA의 뒷문을 든든히 지켜주고 있다. 박준표~전상현~문경찬으로 이어지는 필승공식의 확실한 마침표 역할을 수행 중이다. 15일까지 13경기에서 6세이브를 챙겨 이 부문 리그 공동 4위에 올라있다. 대체 소방수로 깜짝 등장했던 2019시즌(24세이브·평균자책점 1.31)과 견줘 올해는 한층 더 묵직해진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문경찬의 세이브 행진은 좀 특별하다. 강속구 투수들이 마무리로 각광받는 KBO리그의 흐름 속에서 문경찬은 평균 구속 140㎞의 직구만으로 팀 승리를 지켜낸다. 리그의 직구 평균 구속인 142㎞에도 미치지 못할 뿐더러 ‘끝판 대장’ 오승환(145㎞·삼성 라이온즈)을 비롯해 조상우(149㎞·키움 히어로즈), 하재훈(144㎞·SK 와이번스) 등과 비교해도 구속의 차이는 상당하다.
문경찬의 경쟁력은 다른 데 있다. 마무리투수들 중 가장 높은 스트라이크 비율(73.7%)을 자랑하는 공격적 피칭이 돋보인다. 그 덕에 올 시즌 13이닝 동안 17개의 삼진을 솎아내면서도 볼넷은 고작 3개만 허용했다. 스스로도 “결국 자신감이다. 경기를 마치고 돌아보면 실투도 많지만, 망설임 없이 공을 던질 때 가장 결과가 좋다. 정신적인 면에서 가장 많이 신경을 쓴다”고 털어놓았다.
주위의 애정 어린 격려가 문경찬의 용기를 키웠다. 그는 “2018년 추격조에서 공을 던질 때부터 서재응 코치님께서 ‘너의 장점은 직구’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그 이야기 하나만 믿고 공을 던져왔고 좋은 투구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올 시즌 초반 2경기에서 각 1이닝 1실점으로 흔들렸을 때도 코칭스태프가 큰 힘이 됐다. 문경찬은 “코치님들께서 나를 많이 믿어주셨다. 스스로도 불안할 때가 있었는데 ‘너는 마무리다. 자신 있게 던져라’라는 말 덕분에 조금씩 부담을 덜었다. 초반에 무너졌던 밸런스도 되찾았다”고 설명했다.
이제는 다른 투수들과 자신을 놓고 비교하지 않는다. “이전에는 잘 던지는 투수들이 있으면 뭐가 좋은지 보고 배우려고 했다”던 그는 “작년과 올해 마무리투수를 해보니 나만의 스타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낀다. 나는 나만의 색깔이 있으니 그것을 확실하게 가져가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올 시즌 문경찬은 아직 블론세이브가 없다. 하지만 지레 겁먹을 이유는 없다. 풀타임 클로저라면 누구나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 중 하나다. “아직 운이 좋다. 그저 매 경기 잘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는 문경찬은 “작년보다는 정신적으로 준비가 되어 있다. 그래도 최대한 블론세이브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겠다”며 씩씩하게 웃었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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