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님, 이번엔 야구팬들과 약속 지키실 거죠?

입력 2020-06-25 17: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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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박원순 시장(왼쪽)과 KBO 총재 정운찬. 사진제공|KBO

‘충분히 고민하겠다’고 다짐했는데 여전히 고민 중인 단계다. KBO리그 팀들에 대한 박원순 서울시장(64)의 ‘진짜 고민’이 필요하다.

서울시는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 덕에 1년에 150억 원 이상을 벌어들인다. 두 구단이 사용료로 내는 금액은 30억 원 수준이고, 나머지 120억 원 가량은 모두 광고료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20억 원대였던 잠실구장 연간 광고료는 올해 172억8700만 원까지 뛰었다. 그 70% 가까이를 서울시가 가져가는 셈이다. 지난 10년간 잠실구장 광고료를 9배 가까이 올린 건 두산과 LG, 양 구단이지 서울시가 아니다. 곰과 쌍둥이가 재주를 넘고 서울시가 돈을 챙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관중의 발길이 끊기자 구단은 초비상 사태에 처했다. 한국에서 가장 큰 야구장을 사용하는 건 관중 동원 때문인데 무관중 체제의 지속으로 잠실구장은 사치가 됐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이러한 위기에 공감했다. 박 시장은 개막 직전인 5월 1일 잠실구장서 정운찬 KBO 총재, 전풍 두산 대표, 이규홍 LG 대표와 만나 코로나19 대응 협력 방안에 논의했다. 정 총재가 ‘착한 임대인 운동’과 같은 서울 연고팀 임대료 및 구장 사용료 감면을 요청했고 박 시장은 충분히 고민하겠다고 약속했다.

실제로 박 시장은 중소기업계 착한 임대인 지원금을 공격적으로 마련하고 이를 치적으로 널리 알리고 있다. 1년에 150억 원을 안겨주는 잠실구장의 사용 주체인 두산과 LG는 서울시 입장에서 알짜배기 시민이다. 이들에게 특혜를 달라는 게 아닌, 그저 일반 시민으로 바라보고 도울 필요가 있다.

서울시체육시설관리사업소 관계자는 25일 스포츠동아와 통화에서 “아직 논의 단계”라는 입장만 밝혔다. 구단이 피해 규모 자료를 제출했지만 여전히 답보 상태다. 위탁 운영 중인 두산과 LG는 손실 보전, 고척돔을 임대 운영 중인 키움 히어로즈는 임대료 감면을 추진 중이다. 물론 시의회에서 추경 예산을 편성할 때 이 건이 통과된다는 전제가 필수다.

서울시의 행보에 의문부호가 달리는 건 전례 때문이다. 박 시장은 2015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잠실에 제대로된 돔구장을 짓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신구장이 포함된 잠실 MICE 개발사업은 5월말에야 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이제 업체 선정 등 과정을 거치면 목표로 했던 2025년 개장은 장담할 수 없다.

정치인의 말은 단순한 ‘말 한마디’가 아니다. 사소한 농담까지도 계산된 행동이다. 박 시장의 다짐은 이번에도 다짐에 그칠까.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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