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움 이승호. 스포츠동아DB
KBO리그에서도 조금 더 과감한 볼 배합이 이뤄질 전망이다.
체인지업은 좌완과 우완을 가리지 않고 모든 투수들이 많이 연마하는 구종 중 하나다. 직구와 비슷한 폼에서 출발하는 공이 10~15㎞ 정도의 구속차로 인해 궤도가 바뀌면서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헛스윙이나 빗맞은 땅볼 타구를 유도하기에 매우 적합한 구종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이런 체인지업에는 오랜 철칙 같은 게 있었다. 투수와 타자의 상대성에 따라 사용 빈도가 줄어드는 경우다. 좌투수는 좌타자에게, 우투수는 우타자에게 체인지업을 많이 던지지 않았다. 이른바 ‘체인지업 좌우놀이’다.
이 철칙은 최근 KBO리그에서 상당히 많이 희석되고 있다. 투수들이 좌우타자를 고려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체인지업을 활용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아졌다. 메이저리그에선 꽤 오래전부터 사용되고 있는 볼 배합인데, 체인지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류현진(33·토론토 블루제이스)도 좌타자들을 상대로 쏠쏠한 재미를 보곤 했다.
6월 5경기에서 2승무패, 평균자책점 1.86을 기록한 키움 히어로즈 좌완 이승호(21)는 최근 좌타자를 상대로도 적극적으로 체인지업 승부를 걸었다. 그는 “이지영(포수) 선배의 리드가 정말 좋았다. 체인지업이 효과를 본 건 이지영 선배의 좋은 리드 결과”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외에도 두산 베어스 좌완 유희관(34), KIA 타이거즈 외국인투수 드류 가뇽(30) 역시 싱커와 체인지업 사용에 좌우타자를 거의 가리지 않는다.
지도자들 중에서도 투수 전문가인 손혁 키움 감독은 최근 이런 트렌드에 대해 “사실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체인지업은 타자에 의해 ‘암 사이드’가 막혀 있으면 마음 놓고 손목을 틀어 던지기 어렵다. 그 경우에는 사실 빠져 나가는 궤도에 의해 몸에 맞는 볼을 내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좌투수가 좌타자를 상대로 또는 우투수가 우타자를 상대로) 몸쪽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면 손목을 트는 폭이 좁아지고, 결국 실투가 나오게 된다. 좋은 제구력이 없으면 구사하기 힘든 전략”이라고 말했다.
손 감독은 “잘만 먹힌다면 땅볼을 유도하기 쉬어 매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문제는 역시 실전에서 얼마나 잘 쓰는가이다. 자신이 잘 던지는 구종은 좌우타자를 가리지 않고 던져야 한다. 그래야 지금보다 성장하는 투수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정확한 제구력을 가지고 있으면 변칙 무기가 될 수 있는 체인지업 승부. 투수에게 있어 왜 제구의 중요성이 강조되는지 다시 한번 알 수 있는 계기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