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 김주형 연장 접전 끝에 따돌리고 3년 만에 통산 2승 수확

입력 2020-07-05 16: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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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KPGA

4라운드에서만 9타를 몰아치며 21언더파 267타로 리더보드 맨 위를 점령한 채 먼저 경기를 끝낸 이지훈(34)은 가슴 졸이며 챔피언조의 잔여 경기를 지켜봤다. 이지훈이 플레이를 끝냈을 때 3라운드까지 단독 1위를 달렸던 ‘무서운 10대’ 김주형(18·CJ대한통운)은 3개 홀을 남겨두고 있었고, 이지훈에게 2타 뒤진 상태였다. 최종 라운드에서 퍼터 난조를 보이며 12번 홀(파3)까지 2타를 줄이는데 그쳤던 김주형은 17번 홀(파4)까지 지루한 파 행진을 이어가며 이지훈을 추격하지 못했다. 그리고 운명의 18번 홀(파5). 김주형의 세컨 샷은 홀 약 4m 거리에 멈췄다. 이글 퍼트가 성공하면 연장, 실패하면 이지훈의 우승이 결정되는 순간, 김주형의 이글 퍼팅은 홀 컵으로 빨려갔고 결국 연장 승부가 성사됐다.

510m, 긴 거리 18번 홀에서 진행된 1차 연장. 기세로 보면 김주형이 유리해보였다. 그러나 투어 8년 차, 첫 우승 이후 3년을 기다린 이지훈의 노련함이 힘을 발휘했다. 나란히 세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린 가운데 이지훈은 약 3m 거리의 버디 퍼트를 먼저 성공시키며 김주형을 압박했다. 이어진 김주형의 버디 퍼트는 홀을 살짝 비켜갔고, 상대의 결과를 기다리던 이지훈은 김주형에게 악수를 건넨 뒤에야 우승 세리머니를 하며 ‘형님’답게 우승을 자축했다.

이지훈이 5일 경남 창원의 아라미르 골프 앤 리조트 미르코스(파72)에서 열린 2020년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개막전 ‘우성종합건설 아라미르CC 부산경남오픈(총상금 5억 원)’ 최종 4라운드에서 연장 접전 끝에 우승 상금 1억 원을 품에 안았다.

3라운드까지 12언더파를 기록, 공동 14위로 4라운드를 맞은 이지훈은 무서운 몰아치기로 선두권 선수들을 차례차례 따라잡았다. 전반 2번 홀(파5)부터 5번 홀(파5)까지 4연속 버디로 분위기를 끌어올린 뒤 후반 10번 홀(파4)부터 14번 홀(파4)까지 내리 5개 홀 연속 버디를 잡았다. 같은 조에서 플레이한 이창우(27·스릭슨)에 1타차로 쫓기던 16번 홀(파5)에서 1m도 되지 않는 짧은 버디 퍼트를 놓치며 도망갈 기회를 놓치기도 했지만 17번 홀(파4)에서 이창후가 보기로 뒷걸음질 치고, 뒤에 있는 챔피언조에서 무섭게 반격에 나선 문경준(38·휴셈)이 15번 홀(파3)에서 버디 찬스를 살리지 못하고 스리 퍼트로 보기를 범하는 등 운도 따랐다. 18번 홀에서 아쉽게 버디 퍼트를 놓치며 경기를 마친 이지훈은 챔피언조의 문경준과 김주형의 잔여 경기를 가슴 졸이며 지켜보다 결국 연장에 돌입했다.

2013년 코리안투어에 데뷔해 2017년 ‘카이도시리즈 카이도 Only 제주오픈 with 화청그룹’에서 프로 첫 우승을 일궜던 이지훈은 그해 한 시즌 개인 최다 상금을 획득하고 제네시스 포인트 18위로 시즌을 마무리하는 등 데뷔 후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지난 2년동안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특히 지난해에는 장기인 아이언샷이 흔들리면서 15개 대회에 출전해 9개 대회에서 컷 통과에 성공했지만, KPGA 선수권대회 공동 20위가 최고 성적일 정도로 깊은 수렁에서 허덕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뒤늦게 맞은 시즌 개막전에서 3년 만에 우승 영광을 안은 이지훈은 “코로나19로 국가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열린 개막전에서 우승해 너무 기쁘다”며 “지난해 12월 결혼 후 출전한 첫 대회에서 우승했다. 캐디백을 메주신 아버지, 사랑하는 아내, 그리고 가족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1차 연장 마지막 상황에 대해 “(김)주형 프로의 버디 퍼트도 들어갈 것이라 생각했다. 2차 연장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김 프로가 실수를 했다”며 “첫 우승을 할 때 날씨 탓에 4라운드가 취소되며 3라운드 성적으로 씁쓸하게 우승한 기억이 난다. 연장 접전 끝 우승이라 더 기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아시안투어의 2부 격인 아시안 디벨롭먼트 투어(ADT)에서 3승을 거두고 11월 아시안투어 파나소닉 오픈에서 역대 두 번째 최연소인 17세 149일로 우승하는 등 ‘무서운 10대’의 힘을 과시하고 있는 김주형은 KPGA 데뷔 무대에서 아쉽게 첫 승을 눈앞에서 놓쳤지만 앞으로 한국 남자골프를 이끌어갈 재목임을 스스로 각인시켰다.

창원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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