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찾은 무브먼트’ 초반 부진 지운 이형범, 구색 맞춰가는 두산 불펜

입력 2020-07-21 1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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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는 올 시즌 초반 불펜의 극심한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5월 23경기에서 불펜 평균자책점(ERA) 최하위(5.59)로 자존심을 구겼다. 타선의 화력을 앞세워 14승9패로 5월을 버텼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불안한 불펜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요소였다. 지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도 다행히 6월 24경기에서 4.82, 7월 16경기에서(20일 기준) 4.34로 불펜 ERA가 꾸준히 향상된 덕분이다.
최근 살아난 이형범(26)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두산 불펜이 확실히 안정감을 찾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형범은 시즌 개막에 앞서 마무리투수로 낙점 받았지만, 5월 10경기에서 2패1세이브, ERA 13.50(8이닝 12자책점)으로 무너졌다. 설상가상으로 퓨처스(2군) 팀에서 조정기를 거쳐 6월 18일 복귀한 뒤 첫 등판(6월 19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선 타구에 발을 맞아 부상자명단(IL)에 올랐다.

전화위복이 됐다. 이참에 모든 것을 확실히 정립하고 1군에 올라가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퓨처스 팀 코칭스태프도 이형범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그 덕분일까. 7월 6경기에선 시즌 첫 홀드를 수확하며 5.2이닝 동안 단 1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7월 피안타율(0.158)과 이닝당 출루허용(WHIP·0.88) 모두 수준급이다. 승계주자(2명) 실점도 없다. 6월까지 12.46에 달했던 ERA는 7.53으로 크게 낮아졌다.

견고한 마무리 함덕주에 채지선, 홍건희 등 새 얼굴들이 나타난 상황. 이형범까지 제 페이스를 찾으면 불펜 운용은 한결 수월해진다. 김태형 감독이 계산했던 대로,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며 플러스 요소를 발견하고 있다.

잃어버렸던 무브먼트를 되찾으면서 자신감이 붙었다는 평가다. 이형범의 가장 큰 무기는 우타자의 몸쪽으로 꺾이는 투심패스트볼(투심)인데, 볼 끝의 움직임 범위가 40㎝ 이상이다. “40㎝는 우타자의 몸쪽을 공략해 땅볼을 유도할 수 있는 최적의 범위”라는 것이 두산 전력분석팀 관계자의 설명이다. 시즌 초반에는 부진에 따른 자신감 저하로 그 장점을 십분 발휘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두산 박철우 2군 감독은 21일 통화에서 “2군에서는 조정할 수 있는 시간이 있으니 한결 여유를 갖고 진행하면서 괜찮아졌다. (1군에) 올라가서 잘하는 모습을 보니 팀도 좋아진 것 같다”고 흐뭇해했다. 이어 “투수코치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고 공을 돌리며 “전력분석팀과도 상의했다. (이형범은) 볼 끝의 움직임이 많아야 한다. 공 자체는 괜찮은데, 움직임이 많지 않다 보니 결과도 좋지 않았다. 영상으로 보니 좋을 때와 좋지 않을 때의 차이가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이형범의 강점은 공의 움직임”이라며 “기술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극심한 부진으로 의기소침할 수 있어 멘탈(정신력) 측면에서도 많은 조언을 했다. 다행히 지금은 확실히 무브먼트가 좋아졌다. 그렇게 보완하니 이제 자기 공을 던지는 것 같다. 표정도 밝아졌다”며 이형범의 부활을 반겼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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