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우라 가즈요시.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이 열린 1993년 10월 25일 카타르 도하 칼리파스타디움. 아시아축구 최고의 흥행카드인 한국과 일본이 맞붙었다. 한국은 1985년 10월 도쿄 원정(멕시코월드컵 최종예선)에서 2-1로 이긴 이후 일본에 6승 2무로 단 한번도 지지 않아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사상 첫 월드컵 본선행을 노린 일본도 만만치 않았다. 박빙의 승부 끝에 한국은 0-1로 졌다. 후반 15분 일본 공격수 미우라 가즈요시에게 일격을 당했다. ‘도하의 굴욕’이었다. 그래도 한국은 최종전에서 이라크가 일본과 비겨주는 바람에 운 좋게 월드컵 본선행을 거머쥐었다. ‘도하의 기적’이었다.
그날 이후 미우라는 한국 팬들에게도 널리 알려졌다. 15세에 브라질로 유학을 떠나 그곳에서 프로 무대에 데뷔했고, 1990년 일본으로 돌아와 전성기를 누린 그는 일본축구 최고 스타 중 한명이다.
그 미우라가 지금도 뛰고 있다. 1967년생으로 올해 만 53세다. 1979년생으로 K리그 최고령인 이동국(41·전북 현대)과는 띠 동갑이다. 1990년대 자주 맞붙었던 대전하나시티즌 황선홍 감독(52)보다 한 살 많다.
미우라는 J리그뿐 아니라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호주 등을 돌아다니며 선수생활을 이어갔다. 2006년부터는 줄곧 요코하마FC에서 뛰고 있다. 올해로 프로생활 35년차다. 물론 J리그 최고령 선수다. 또 50세에 골을 넣은 일본축구 최고령 득점자이기도 하다.
요코하마가 올 시즌 13년 만에 1부로 승격한 가운데 미우라는 8월 5일 또 하나의 기록을 세웠다. 그는 YBC 르방컵 조별리그 2라운드 사간도스와 원정경기에 선발 출전하며 일본 리그컵 최고령 출전 기록을 갈아 치웠다. 53세 5개월 10일로 종전 최고인 42세 10개월(츠치야 유키오)을 뛰어 넘었다. 그는 이날 헤딩슛을 날리는 등 후반 18분까지 뛰었고, 팀은 1-0으로 이겼다.
미우라는 출전 자체만으로도 이슈가 된다. 조기회도 아니고 프로축구 무대에서 50대 나이에 뛴다는 건 기적에 가깝다. 철저한 자기관리가 안되면 불가능한 일이다. 또 일정 수준의 기량도 유지해야한다. 나이 때문에 은퇴를 고민하는 선수들에겐 크나큰 동기부여다. 요코하마의 시모타이라 다카히로 감독은 “존재감만으로도 팀에 좋은 영향을 준다”며 박수를 보냈다.
물론 반대의 시각도 존재한다. 일본축구의 수준을 의심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체력이나 기량으로 미우라를 뛰어 넘는 후배가 없다는 방증으로, 정체된 J리그의 상징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언론에서 이런 의견이 나왔다. 대개의 스타플레이어들이 기량을 유지하지 못하거나 새로운 걸 보여줄 수 없을 때 스스로 물러나는 것과 달리 미우라는 단순히 현역 생활만 이어간다는 비판도 있다. 또 일본 특유의 영웅 만들기의 한 단면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처럼 50대 현역 선수를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다만, 그 나이에도 절제된 생활과 성실한 자세로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건 존경 받을만하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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