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류현진은 29일(한국시간)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홈경기(6이닝 8안타 1볼넷 7삼진 2실점 1자책점)를 끝으로 8월 일정을 모두 마쳤다. 8월 성적을 종합하면 5경기에서 2승무패, 평균자책점(ERA) 1.29(28이닝 4자책점), 31삼진, 6볼넷이다. 7월까지 8.00(9이닝 8자책점)에 달했던 시즌 ERA도 2점대(2.92)로 끌어내리며 에이스의 면모를 회복했다.
특히 1.29의 8월 ERA는 아메리칸리그(AL) 1위, 메이저리그(ML) 전체 3위의 기록이다. 맥스 프라이드(0.95·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다르빗슈 유(1.09·시카고 컵스)를 제외하면, 류현진만큼 강력한 퍼포먼스를 보여준 투수는 없다. 29일 토론토 3루수 트래비스 쇼의 송구 실책에 따른 류현진의 자책점이 2점에서 1점으로 추후 정정돼 그나마 손해를 덜 봤다.
지금의 퍼포먼스가 눈에 띄는 이유는 또 있다. 애초 류현진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토론토 이적을 결정했을 때는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았다. 토론토가 속한 AL 동부지구에선 볼티모어를 비롯해 전통의 강호 뉴욕 양키스를 비롯해 보스턴 레드삭스, 탬파베이 레이스와 경쟁해야 하고, ML을 대표하는 강타자들도 대거 버티고 있어 LA 다저스 시절과 견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류현진은 에이스의 면모를 뽐내고 있다. 포심패스트볼(포심)과 체인지업, 투심패스트볼(투심), 컷패스트볼(커터), 커브의 모든 구종을 완벽하게 구사하며 상대 타자와 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한다. 과거에는 포심의 구위를 조절하며 힘으로 제압하는 성격이 강했다면, 지난해부터는 다양한 구종으로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피칭이 돋보인다. 완벽한 제구력을 동반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팀 성적도 기대이상이다. 30일까지 17승14패로 지구 3위에 올라있다. 2위 뉴욕 양키스(17승13패)와 0.5게임, 선두 탬파베이(23승11패)와 4.5게임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초호화 군단으로 꼽히는 다저스와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따르지만, 유망주들이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덕분에 팀 재건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토론토 구단이 류현진을 영입하면서 기대했던 효과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류현진이 등판한 7경기에서 팀이 5승2패로 선전한 것도 영입 효과로 볼 수 있다. 등판한 경기에서 팀의 승리를 이끄는 것도 에이스의 역할 중 하나다.
류현진은 “시즌이 진행될수록 나아지는 것을 느낀다. 선발투수로서 승리에 힘을 보태고 싶다”며 책임감을 보였다.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도 “류현진은 우리의 에이스”라며 믿음을 감추지 않았다. 변화한 환경에도 손쉽게 적응해 에이스의 역할을 해낸다. ‘몬스터’로 불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