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접촉부터 최종 타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전북 김진수의 사우디아라비아 알 나스르 이적은 갑작스레 시작됐으나 과정도 빨랐다. 특히 최근 일주일 새 빠르게 진행된 협상에서 김진수는 거부하기 힘든 조건을 제시받았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1(1부) 전북 현대의 국가대표 왼쪽 풀백 김진수(28)가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행선지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명문 클럽 알 나스르다.
전북은 30일 “김진수가 알 나스르로 떠난다. 리그 4연패와 FA컵 우승을 위해 김진수가 필요했지만 해외에서 뜻을 펼치려는 선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 이적을 허락했다”고 발표했다.
추정 이적료 80만 유로(약 11억 원)에 성사된 협상의 구체적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김진수는 계약기간 3년, 연봉 200만 유로(약 28억 원·추정)에 사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연봉 14억3500만 원을 받은 선수로선 거부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2012년 알비렉스 니가타(일본)에서 프로에 데뷔한 김진수는 2017년 호펜하임(독일)을 떠나 녹색 유니폼을 입었고, K리그 78경기에서 7골·11도움을 기록하며 전북의 리그 3연패에 크게 기여했다. 올 시즌에도 15경기에서 어시스트 2개로 제 몫을 다 했다.
알 나스르 이적설은 8월 중순 사우디 매체를 통해 불거졌다. 기존 왼쪽 풀백인 압둘 라흐만의 대체자로 김진수의 이름이 거론됐다. 마침 전북과 김진수의 재계약 협상이 답보 상태인 시점이었다. 연말 계약이 만료되는 구단과 선수 측은 옵션을 포함해 5년 계약을 전제로 협상 테이블을 열었으나, 연봉을 놓고 입장이 엇갈렸다. 구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씀씀이를 줄여야 했고, 선수도 잔류 불발에 대비한 플랜B가 필요했다.
국제무대에서 실력이 검증된 측면 수비수, 그것도 희소성이 높은 왼쪽 풀백에 대한 관심은 상당했다. 당장 사우디의 또 다른 명문 알 샤밥이 러브 콜을 보냈고, 유럽에서도 제안이 왔다.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블랙번이 대표적이다.
전북은 15일 무렵 도착한 알 나스르의 첫 제안을 거절했다. 이적료 60만 유로(약 8억4000만 원)도 성에 차지 않았으나, 더 큰 문제는 시점이었다. K리그 여름이적시장이 종료된 상황에서 리그와 FA컵 등 주요 국내대회가 종착역을 향하고 있었다. 치열한 우승경쟁에서 핵심전력의 이탈은 큰 타격이었다.
그러나 알 나스르는 포기하지 않았다. 김진수의 마음도 이적으로 기울었다. 고민 끝에 전북이 선수의 의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남은 걸림돌은 이적료. 계약연장 없이 4개월만 지나면 FA(자유계약) 신분으로 풀리지만 알 나스르는 당장 김진수를 원했다.
특히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와 16강전이 9월 카타르 도하에서 재개되는 터라 엔트리 등록을 서둘러야 했다. 서아시아 지역의 엔트리 마감은 9월 7일로, 우선 자국리그에 이름을 올려야 하기에 여유가 없었다.
전북은 26일 “이적료를 현실화해 다시 제안하면 (이적을) 검토하겠다”고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금액을 높인 이적료가 담긴 회신이 도착했다. 이적합의서를 주고받고, 각종 서류 절차가 종료된 것이 30일 오전이었다.
국내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9월초 출국할 예정인 김진수는 현지에서 메디컬 테스트를 비롯한 최종 계약 절차를 진행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