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최후의 생존자’ KT 송민섭의 목소리는 오늘도 잔뜩 쉬어있다

입력 2020-09-07 1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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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송민섭은 4일 수원 SK 와이번스와 더블헤더 제1경기서 생애 첫 홈런을 때려냈다. 선발보다 교체출장이 많은 백업 자원임에도 여전히 행복을 말하는 송민섭이다. 사진제공|KT 위즈

원대한 꿈을 품고 KT 위즈 유니폼을 입은지 8년째. 자신과 함께 입단한 21명의 동료들은 모두 팀을 떠났다. 외로움을 느낄 새도 없이 버티기에 여념이 없다. 그라운드에서는 물론 덕아웃에서도 어느새 ‘없어선 안 될 선수’가 됐다. 잔뜩 쉬어버린 목소리가 이를 증명한다. 송민섭(29)의 야구는 아직 반환점도 돌지 않았다.

2013년 창단한 KT는 그해 가을 트라이아웃을 진행했고, 최종 22명의 선수를 선발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들 대부분은 팀을 떠났다. 하지만 송민섭은 여전히 1군에서 자신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익숙하지 않다. 6일까지 통산 256경기에 나섰지만 선발출장은 24경기(9.4%)에 불과하다. 통산 경기수보다 적은 타석수(177타석)가 의미하듯, 대수비와 대주자가 지금 송민섭의 역할이다. 그러나 올해 부상으로 인한 20일의 공백을 제외하면 개막부터 줄곧 엔트리를 지키고 있다.

이강철 KT 감독은 송민섭 얘기만 나오면 고마움과 미안함을 함께 전한다. “지금 팀 외야 사정상 잦은 기회를 줄 수 없지만 그럼에도 벤치에서 파이팅이 대단하다. 수비와 주루에서도 제 역할을 해준다. (송)민섭이가 잠시 1군에서 빠진 사이 공백을 크게 느꼈다. 지난해 한 코치가 ‘한 번 1군에 등록하면 빼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 이유를 알겠다”는 설명이다.

기념구를 들고 포즈를 취한 송민섭. 사진제공|KT 위즈


파이팅. 안타 하나만 쳐도 목청껏 소리를 지르고, 동료가 득점 후 덕아웃으로 돌아오면 가장 앞에서 진심으로 축하를 해주는 송민섭의 숨은 가치다. 사기가 오르고 팀 전체가 하나로 묶이는, 무형의 효과가 있다.

6일 연락이 닿은 송민섭의 목소리는 잔뜩 쉬어있었다. 이날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 앞서 그의 잔뜩 쉰 목소리를 들은 ‘캡틴’ 유한준이 “민섭아, 요 며칠은 좀 쉬어도 된다. 네가 고생하는 거 모두가 안다. 하루 이틀쯤 쉬어도 된다”고 했지만, 경기가 개시되자 송민섭의 목은 역시 쉴 틈이 없었다.

“KT 유니폼을 가장 먼저 입은 선수라는 자부심이 있다. 내가 7년째 봐온 KT 중 지금이 가장 강하다. 그 팀의 일원이라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파이팅이 나온다. 나라고 화려한 주인공이 되고 싶은 욕심이 왜 없겠나. 하지만 그 욕심으로 팀 분위기를 깨고 싶지는 않다. 대수비, 대주자 역할도 정말 중요하다고 확신하기에 매순간 집중한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는 말을 증명하고 있다. 4일 수원 SK 와이번스와 더블헤더 제1경기에선 생애 첫 홈런도 때려냈다. 영상을 4000번쯤 돌려봤다며 활짝 웃었다. 비결을 묻자 올 겨울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의 사랑을 꼽는 그의 목소리에는 행복함이 가득 담겨있었다.

프로선수 모두가 주인공을 꿈꾼다. 하지만 주연만으로 완성되는 영화는 없다. 음지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것은 결코 가치 없는 일이 아니다. 송민섭이 이를 증명한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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