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신의 한수 트레이드, 오태곤에게 SK는 기회의 땅이었다

입력 2020-09-28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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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오태곤은 2017년 롯데에서 KT로 이적하며 첫 트레이드 소식을 접했을 때 큰 아쉬움을 느꼈다. 그러나 올해 8월 13일 SK로 이적하면서는 ‘기회’라는 단어를 먼저 떠올렸다. 마음가짐의 변화는 그에게 기회와 성적을 안겨줬다. 24일 고척 키움전 2회초 적시타를 터트리는 오태곤. 고척|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정든 팀을 떠나는 것은 선수 입장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오랫동안 함께했던 동료들과 헤어지는 것 이상의 문제다. 새로운 팀의 전략에 맞추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트레이드를 받아들이는 선수의 자세가 각기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SK 와이번스 오태곤(29)은 2010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전체 22순위)에 롯데 자이언츠의 지명을 받은 뒤 2차례나 트레이드를 경험했다. 2017시즌 초반 롯데에서 KT 위즈로 이적했고, KT에서 4시즌째인 올해 8월 이홍구와 맞트레이드돼 통해 SK 유니폼을 입었다.

2번의 트레이드 모두 팀에 완벽히 적응한 상태에서 이뤄졌기에 본인 입장에선 아쉬움이 없을 리 없다. 실제로 롯데에서 KT로 이적할 때는 현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오랫동안 함께했던 동료들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 가장 슬펐다. 생애 첫 트레이드 경험이 꽤나 아프게 다가왔던 것이다.

무엇이든 처음이 가장 어렵다. 올해 8월 13일 경험한 2번째 트레이드는 의연하게 받아들였다. “당분간 수원(KT 연고지)에서 인천까지 출퇴근을 해야 한다”는 것이 유일한 아쉬움이었다. “SK는 강팀이다. 올해 잠시 뭔가 안 맞을 뿐이다. 좋은 팀이라고 생각하고 기분 좋게 왔다”는 말에서 한결 성숙해진 모습이 엿보였다.

SK는 올 시즌 내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포스트시즌(PS) 진출은 물 건너갔다.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간 전 소속팀 KT의 행보와는 정반대다. 데뷔 후 첫 PS의 꿈은 2021시즌 이후에야 이뤄질 전망이다.

그러나 이는 오태곤에게 또 다른 기회다. 다음 시즌을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는 SK에서 그야말로 원 없이 그라운드를 밟고 있다. SK 박경완 감독대행도 오태곤의 타격 재능을 살려주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좌익수(180.2이닝)와 우익수(75이닝)는 물론 1루수(31.1이닝), 3루수(20이닝), 유격수(16이닝)까지 내·외야를 넘나들며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청원고 시절 대형 유격수 자원으로 평가받은 만큼 기본적인 수비 센스를 지녔다는 점도 엄청난 플러스다. 일본야구국가대표팀 핵심 타자 도노사키 슈타(세이부 라이온즈)처럼 멀티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강타자의 가치는 상당하다. 27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도 4타수 2안타 1득점을 올리는 등 트레이드 이후 32경기에서 타율 0.327(113타수 37안타), 3홈런, 19타점, 8도루의 활약은 앞으로를 더욱 기대케 한다.

늘 기대를 받았지만, 생각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아 조급했다. 지금은 다르다. 오태곤은 “되고 안 되고는 내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라운드에서 내가 뛰는 모습을 보고 감독님이 결정하실 것”이라며 “그렇게 묵묵히 준비하는 것이 프로의 자세”라고 밝혔다. 멘탈 측면에서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는 증거다. SK는 폭넓게 활용할 수 있는 야수 자원을, 오태곤은 더없이 좋은 기회를 얻었다. 오태곤의 두 번째 트레이드, 그 결말이 더욱 궁금해진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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