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오지환. 스포츠동아DB
2014년부터 7년간 7133.1이닝. 올 시즌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에도 연평균 1020이닝 가까이 소화해야 쌓을 수 있는 기록이다. 같은 기간 오지환(30·LG 트윈스)보다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한 내야수는 없다. 단지 건강함만 갖춘 게 아니다. 색안경을 벗으면 오지환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오지환은 27일까지 올 시즌 116경기에 출장해 타율 0.284(430타수 122안타), 10홈런, 59타점을 기록 중이다. 단 한 번의 1군 엔트리 말소나 부상자명단 등재 없이 풀타임으로 시즌을 치르며 LG의 대체불가 유격수임을 또 한 번 증명하고 있다. 타격만 따지면 최상위권에 랭크된 지표는 없지만, 대부분의 기록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화려하진 않아도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해준다는 의미다.
그렇게 쌓아온 시간이 벌써 12년이다. 2009년 신인드래프트 당시 1차지명으로 LG 유니폼을 입은 오지환은 데뷔 첫해(5경기)와 3년차였던 2011년(63경기)을 제외하면 해마다 100경기 이상 출장하며 제자리를 지켰다. 데뷔 초만 해도 수비가 흔들리며 비판의 과녁이 됐지만, 이제 오지환이 리그 최상위 수비력을 보인다는 데 의문부호를 다는 이는 없다. 한국야구 최고 유격수 출신이자 내야수 조련사 출신인 류중일 LG 감독은 “수비만 잘해도 된다”며 존재감을 인정했고, 팀 동료 타일러 윌슨도 “내가 본 KBO리그 최고의 야수”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시간이 쌓이며 의미 있는 발자취도 남겼다. 오지환은 26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1-1로 맞선 9회초 무사 2루 대타로 나와 3루타를 때려냈다. 고관절 통증으로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지만, 타구가 좌중간을 가르자 3루까지 정신없이 내달렸다. KBO리그 역대 11번째 개인통산 3루타 50개. 오지환에 앞서 이 기록을 달성한 10명 중 내야수는 서건창(키움 히어로즈·51개)뿐이다. 유격수로 범위를 좁히면 오지환이 유일하다. 수비부담이 가장 심한 포지션에서 매년 건실히 뛰며 만든 기록이라 더욱 값지다. 류 감독은 “홈런보다 더 어려운 3루타를 그렇게 많이 때려낸 자체가 의미 있다”고 밝혔다.
데뷔 초반 수비 부진, 그리고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 등이 더해지며 오지환에게는 좋지 않은 꼬리표가 여럿 따라붙는다. 비판은 자유롭지만 근거 없는 비난은 얘기가 달라진다. A구단 전력분석팀 관계자는 “오지환은 KBO리그에서 야수의 수비력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가 마땅치 않아 피해를 보는 대표적 선수”라고 지적했다. 안정된 수비를 꾸준하게 보여주니 가치는 더욱 크다. 더욱이 오지환이 2014년부터 7년간 873경기에서 책임진 7133.1이닝은 외야수를 포함해 3위이자 내야수로는 1위 기록이다.
화려하진 않지만 꾸준하다. 색안경을 걷어내면 그 가치를 뚜렷하게 볼 수 있다. 오지환은 타 팀에서도 인정하는 리그 대표 유격수 중 한 명으로 어엿하게 성장했다.
수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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