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국가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왼쪽)과 김학범 감독이 5일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2020 하나은행컵 축구국가대표팀 vs 올림픽대표팀’ 친선경기 소집 훈련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파주|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축구국가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왼쪽)과 김학범 감독이 5일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2020 하나은행컵 축구국가대표팀 vs 올림픽대표팀’ 친선경기 소집 훈련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파주|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형님과 아우들의 끈끈한 정, 그리고 우애는 잠시 접어둔다.

파울루 벤투 감독(포르투갈)의 축구국가대표팀과 김학범 감독의 23세 이하(U-23) 대표팀이 9일과 12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2차례 열릴 ‘2020 하나은행컵 축구국가대표팀 vs 올림픽대표팀’ 이벤트 매치를 앞두고 5일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 모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해외 팀을 초청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대한축구협회는 A대표팀과 U-23 대표팀의 맞대결을 마련했다. 두 대표팀의 격돌은 애틀랜타올림픽을 앞둔 1996년 4월 이후 24년여 만이다.

비록 이벤트 매치지만 대충 치를 순 없다. 자존심이 걸린 2경기, 180분이다. 코로나19 기부금으로 활용될 상금 1억 원도 걸려있다.

사실 벤투 감독과 김 감독은 선수 선발을 놓고 살짝 대립(?)했다. 2022카타르월드컵을 겨냥한 세대교체까지 염두에 둔 벤투 감독이 U-23 멤버를 최대한 많이 뽑길 원해서였다. 협회가 중재에 나섰다. U-23 대표팀 3명만 A대표팀에 보내기로 정리됐다. 이 과정에서 원두재, 이동경(이상 울산 현대), 이동준(부산 아이파크) 등 연초 도쿄올림픽 아시아 예선을 겸해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주축으로 활약한 이들이 ‘벤투호’에 합류했다.

아무래도 원하던 대로 폭넓은 연령대의 진용을 구축한 ‘벤투호’에 무게가 실리는 게 사실이다. 그 대신 형님답게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은 이겨내야 한다. “부담이 큰 쪽이 우리란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단, 부담은 직업상 줄곧 안고 살았다”고 벤투 감독은 말했다.

국가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이 5일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2020 하나은행컵 축구국가대표팀 vs 올림픽대표팀’ 친선경기 소집 훈련에서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파주|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국가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이 5일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2020 하나은행컵 축구국가대표팀 vs 올림픽대표팀’ 친선경기 소집 훈련에서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파주|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일주일여 소집훈련의 핵심은 철학 구현이다. 전방위적 압박과 세밀한 빌드업, 높은 점유율 등 꾸준히 주문한 팀 컬러를 최대한 보이려고 한다. 벤투 감독은 “단기간 준비에도 수준 높은 축구를 보이고 싶다. 선수들이 학습한 부분을 잘 풀어내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벤투호의 황태자’로 불리는 나상호(성남FC)는 “동생들의 의지가 강한데 꼭 승리할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겠다”며 주먹을 쥐어보였다.

U-23 대표팀의 의지도 다부지다. “A매치를 기다린 팬들의 갈증을 해소하는 생명수와 같은 경기가 됐으면 한다”던 김 감독은 “공이 그라운드에서 어디로 튈지 모른다. 동생들이 보여주리라 믿는다. 승패와 관계없이 좋은 경기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학범호’의 필승카드는 ‘팀’이다. 개인이 아닌 모두의 힘으로 형님들의 콧대를 꺾어주려고 한다. 깜짝 에이스의 발굴도 기대한다. 첫 발탁인 송민규(포항 스틸러스) 등이 이런 역할을 해줘야 한다. 그래야 경쟁 없이 안주하던 기존 선수들에게 경각심을 불어넣을 수 있다.

형님다운 형, 형만한 아우. 오랫동안 기다린 흥미진진한 태극전사들의 충돌은 과연 어떻게 끝날까. A대표팀은 천연잔디 훈련장에서, U-23 대표팀은 올 여름 파주 NFC에 특별 조성된 하이브리드(천연+인조) 잔디 그라운드에서 호흡하며 결전을 준비한다.

파주|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