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021시즌 V리그 준비현장을 가다] 우리카드가 1위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를 선택한 이유

입력 2020-10-0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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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2021시즌 V리그 개막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 지난 시즌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남녀부 13개 팀은 이제 새로운 출발선에 선다. 수많은 관중이 편하게 경기장을 찾던 일상으로 언제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각 팀은 비시즌 동안 과감한 트레이드와 자유계약선수(FA) 영입으로 새 시즌의 기대감을 높였다. 17번째 시즌을 앞두고 땀으로 젖은 각 팀의 훈련장을 돌아봤다.

창단 이후 9시즌 동안 봄배구와는 인연이 없었던 우리카드는 2018년 4월 신영철 감독의 부임 이후 전혀 다른 팀이 됐다. 2018~2019시즌 처음 봄배구에 진출했을 때는 잘 뽑은 외국인선수 아가메즈 덕분이었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2019~2020시즌 순위경쟁에서 계속 앞서간 끝에 처음으로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다. 신 감독은 시즌 조기종료로 성장해가는 젊은 선수들에게 심장이 쫄깃한 봄배구의 경험을 더 만들어주지 못한 상황을 아쉬워했다.

신영철 감독은 지나간 1위에 만족하지 않는다!

2년 전 기초부터 다시 시작했던 많은 선수들이 3년째를 맞아 사령탑의 눈높이에 맞춘 배구를 하며 이제 강팀의 반열에 올라선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신 감독은 여기에 안주하지 않는다. “이번 시즌이 아니라 다음 시즌, 그 다음 시즌도 생각해야 하고, 팀이 계속 좋은 성적을 올릴 방법을 찾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라며 변화를 택했다.

시작은 세터 노재욱이었다. 군 입대가 예정돼 플랜B를 찾아야 했다. 신 감독은 “군에 가는 선수는 내 선수가 아니라 판단해서 대비책으로 하승우를 선택했다. 하승우에 맞는 팀의 모습을 그리면서 나경복을 라이트로 돌리고, 외국인선수를 레프트에서 찾는 것이 더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삼성화재와 3대2 트레이드였다.


꾸준히 이기는 팀이 되기 위한 퍼즐 만들기

언젠가 나경복이 군에 입대할 미래상황을 가정해 군 입대 예정자인 송희채를 받았고, 새 시즌을 위해선 류윤식을 원했다. 그 대가로 황경민과 노재욱을 넘겨줬다. 외국인선수 선택에선 행운도 따랐다. 원하던 알렉스를 잡았다. 신 감독은 “대부분 팀이 라이트에 외국인선수를 선발했는데 알렉스가 이들과 대항할 능력이 충분히 있다고 봤다. 1-1 상황에서 해결능력은 펠리페보다 더 좋다고 본다. 알렉스는 배구센스와 수비, 리시브 능력 등 종합적인 면에서 우리 팀에 더 도움이 될 선수”라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새로운 우리카드는 더욱 빨라지고, 플레이 스타일의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하승우가 공격수에게 쏴주는 패스 스피드는 노재욱보다 빠르기에 우리카드 공격수들은 과거보다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또 다른 변화는 4명 리시브다. 2명의 레프트와 리베로에 이어 라이트 나경복도 리시브에 가담한다. 물론 상대의 서브 강도에 따라선 리시브 가담 선수의 숫자는 유동적이다.

올해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의 대어였던 나경복은 일찌감치 팀 잔류를 결정했다. 자신을 성장시켜준 신 감독과 함께하고 싶다는 뜻을 구단도 알았기에 계약은 어렵지 않았다. 구단은 V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로 나경복을 성장시켜 팀의 상징으로 만들겠다는 큰 꿈을 품고 있다. V리그 5시즌 통산 1514득점, 공격 성공률 48.76%를 기록한 나경복은 이제 배구에 눈을 떴다. 코트를 보는 시야가 넓어졌고, 강타와 연타 등 힘을 줘야 할 때와 뺄 때를 잘 안다. 그래서 시즌 최우수선수(MVP)도 수상했다. “서브를 넣을 때 긴장해서 토스하는 손이 떨린다”고 털어놓았던 과거의 소심한 선수는 사라지고, 지금은 팀을 이끄는 진정한 에이스가 됐다.


치열한 내부경쟁 시스템과 몇 가지 불안요소
알렉스와 함께 레프트를 책임질 한 자리는 류윤식과 한성정이 다툰다. 리시브의 안정감과 블로킹 높이에선 류윤식이 앞서지만, 한성정은 부상이 없는 내구성과 시즌을 거듭할수록 좋아지는 기량이 장점이다. 군 면제 선수여서 팀에는 보배와 같은 존재다. 국가대표 주전 리베로로 급성장한 이상욱까지 거들어 리시브만 놓고 본다면 대한항공에 견줄 만하다.

우리카드가 무서운 것은 주축 선수들이 젊어서 계속 성장하고, 모든 포지션에서 플랜B를 준비해 치열한 내부경쟁으로 전력 극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리베로에는 이제 고졸 2년차 장지원이 있고, 세터로는 한국전력~삼성화재를 거친 신인왕 출신 이호건도 있다.

물론 변수도 있다. 알렉스의 몸 상태다. 손가락 부상에 이어 오른쪽 허벅지 근육 파열로 동료들과 호흡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다. 5일 병원 검진 결과 90%의 상태로 나타났다. 더 충분히 쉬게 해서 100%의 몸으로 뛰게 할 것인지, 연습경기에 출전시켜 실전감각을 높이는 게 좋을지는 감독의 판단에 달렸다. 신 감독은 “배구 잘하는 선수는 일주일이면 충분히 손발을 맞춘다”며 걱정하지 않는 눈치다. 코로나19로 시즌 도중 교체가 쉽지 않기에 다른 어느 때보다도 외국인선수의 부상과 내구성은 관건이 될 것이다.

또 하나 동료들과 호흡이다. KB손해보험 시절 가끔 보여준 까칠한 모습 때문에 융화능력을 우려하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는 아가메즈와도 해봤다. 알렉스가 승부근성이 강해서 그런 말들이 나돌지만, 얘기해보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코칭스태프는 장담했다.

마지막 변수는 4년의 힘든 시기를 견뎌내고 처음으로 풀타임 주전 세터가 된 하승우의 멘탈이다. 속공 연결을 하지 못하는 입스 증세를 이겨낼 정도로 빼어난 정신력은 갖췄지만, 시즌 내내 따라다닐 부담감을 어떻게 극복할지는 겪어봐야 한다. 베테랑 윤봉우가 빠져나가 최석기-하현용-장준호의 3명으로 시즌을 버텨야 할 센터라인도 과거보다는 헐거워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게 지지 않는 팀답게 봄배구로 가는 발걸음은 무겁지 않을 전망이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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