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허문회 감독. 스포츠동아DB

롯데 허문회 감독. 스포츠동아DB


경기 막판 극적으로 마침표를 찍는 끝내기는 야구에서 가장 짜릿한 순간이다. 이를 허용한 팀은 1패 이상의 충격을 느낄 수밖에 없다.

롯데는 올 시즌 13번의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39년 KBO리그 역사상 최다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2006년 롯데(12개)였는데, 이를 하나 더 늘렸다. 남은 5차례 원정경기 결과에 따라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16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나성범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고 패하며 전 구단 상대 끝내기 패배의 불명예도 함께 썼다. 1985년 MBC 청룡(LG 트윈스 전신), 1989년 OB 베어스(두산 전신)에 이어 역대 3호 불명예다. MBC와 OB는 6개 구단 체제에서 5개 팀에 끝내기를 허용했는데, 올해 롯데는 10구단 체제에서 9개 팀에 허용했으니 최다 팀 상대 신기록이다. 특히 최하위 한화 이글스에 당한 끝내기 3패가 뼈아팠다.

비단 끝내기만의 문제도 아니다. 롯데는 올 시즌 1점차 경기에서 12승19패(승률 0.387)를 기록했다. 10개 구단 중 최하위다. 그러나 허문회 감독은 시즌 내내 “1점차 승부는 실력보다는 운에 의해 갈린다”고 강조해왔다.

물론 통계적으로는 일리가 있는 얘기다. 1점차 승률과 실제 승률의 상관관계는 크지 않다. 100패 위기에 시달렸던 한화도 1점차에선 15승15패로 5할 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어디까지나 결과론이다. 외부에서 야구 통계학자들이 “1점차 승부는 운”이라고 얘기하는 것과 실제 경기를 운영하는 사령탑의 발언이 같아선 안 된다. 실제 1점차 승부가 운에 좌우된다고 하더라도, 감독이나 코칭스태프는 거듭되는 접전 상황에서 고전을 탈피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짜내야 한다.

하지만 허 감독은 시즌 초중반 관리야구를 표방하며 접전에서 필승조 투입을 지양했다. 관리 받았던 선수들이 시즌 막판 힘을 내줄 것이란 계산이었지만 현실은 달랐다. 중반부터 과부하가 걸렸던 박진형, 구승민 등은 자신의 기량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시즌 초 팔 부상으로 2군에서 1이닝씩만 던지도록 제한했던 최준용은 1군에서 거듭된 멀티이닝으로 지친 기색이 뚜렷하다.

롯데의 올 시즌 접전 상황에서의 고전 및 최다 끝내기 불명예는 과연 비껴간 운 때문일까, 비껴간 운영 때문일까.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