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김남춘 보낸’ 서울도, ‘생존왕’ 인천도 먹먹했던 10월의 마지막 날

입력 2020-11-01 14: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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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故 김남춘

FC서울 故 김남춘

고통과 슬픔, 먹먹한 환희가 공존했다. FC서울-인천 유나이티드의 ‘하나원큐 K리그1 2020’ 최종전(27라운드)이 펼쳐진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의 분위기다.

하루 전(10월 30일) 비보가 전해졌다. 서울 중앙수비수 김남춘이 이날 오전 서울 송파구의 한 건물 지상주차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013년 입단한 고인은 서울의 든든한 지킴이였다. 군 복무(상주 상무) 시기를 제외하면 서울에서만 활약하며 2015년 FA컵, 2016년 K리그1(1부) 우승에 기여했다. 올해 22경기를 포함해 K리그 통산 114경기에서 4골·2도움을 올렸다.

‘원 클럽 맨’을 잃은 구단도, 동료들도 큰 충격에 휩싸였다. 바로 전날까지 재활훈련을 소화하고, 식사도 함께한 터라 모두가 망연자실했다. 팀 훈련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었다. 서울은 경기장 한쪽에 추모공간을 마련했다. 비보 직후 팬들의 발걸음이 이어졌고, 경기 당일에는 많은 이들이 국화꽃을 들고 고인을 추억했다.

원정팀도 조심스러웠다. 26라운드까지 6승6무14패, 승점 24로 최하위였던 인천은 꼭 이겨야 K리그1 잔류가 가능했다. 인천 조성환 감독은 경기 중 과한 감정 표출과 세리머니의 자제를 선수들에게 당부했다.

킥오프 전 애도의 묵념, 고인의 등번호(4번)에 맞춘 전반 4분 추모 박수 등이 차례로 진행된 가운데 경기는 차분하게 시작됐다. 그러나 그라운드는 금세 후끈 달아올랐다. 인천의 필사적 몸부림은 당연했고, 서울 역시 슬픔에 젖은 홈팬들에게 패배를 보여줄 순 없었다.

힘의 균형은 전반 32분 문전 왼쪽을 돌파하다 골네트를 흔든 인천 아길라르의 선제골로 깨졌다. 같은 시각 킥오프한 성남FC(11위)-부산 아이파크(10위·이상 승점 25)전에서도 비슷한 무렵 골 소식이 전해졌다. 부산이 전반 31분 이동준의 골로 먼저 앞서나갔다. 이대로 끝나면 성남은 2016년 이후 2번째로 K리그2(2부)로 내려앉을 처지였다.

서울월드컵경기장과 탄천종합운동장 모두 후반 들어 더 격렬해졌다. 인천의 승리를 가정할 경우 역전이 절실했던 성남이 후반 20분 홍시후의 동점골로 균형을 되찾았다. 서울도 맹렬히 반격했다. 그러던 중 성남 마상훈이 후반 32분 역전골을 터트렸다.

승격 1년 만에 재강등 위기를 맞은 부산의 유일한 바람은 서울의 동점. 그러나 경기 막판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과열된 후반전에만 경고 8장(각각 4장), 레드카드 1장(서울)이 나왔는데 후반 40분 이후로 옐로카드 5장과 퇴장이 쏟아졌다. 결국 인천과 성남이 살아남았다.

감정이 북받친 성남 김남일 감독이 끝내 눈물을 쏟은 가운데 소방수로 잔류의 미션을 완수한 인천 조성환 감독은 “강등은 상상조차 싫었다. 모두가 합심해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꿔 마침표를 찍었다. 강등 경쟁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더 철저하게 준비하겠다”고 약속했고, 인천 주장 김도혁은 “‘잔류왕’은 전혀 자랑스럽지 않다. 내년에는 꼬리표를 떼어내겠다”고 다짐했다.

상암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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