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출범한 K리그의 지휘봉을 잡은 외인 감독은 모두 26명이다. 이들 중엔 5년 장기 집권한 사령탑이 있는가 하면 3개월도 못 채운 불운의 지도자도 있다. 1990년 부산 대우(현 부산 아이파크)를 맡았던 프랑크 엥겔(동독)이 최초의 외인 감독인 가운데 출신 지역으로는 브라질이 8명으로 가장 많다. 동유럽의 세르비아가 4명, 터키·포르투갈·독일 등이 나란히 2명씩이다.

외인 중 K리그 정상에 오른 감독은 4명이다. 비츠케이 베르탈란(부산·1991년)을 비롯해 세르지오 파리야스(포항·2007년) 넬로 빙가다(서울·2010년) 조세 모라이스(전북·2019·2020년) 등인데, 모라이스 감독의 2회 우승으로 외인 지도자는 통산 38시즌 중 5차례(13%)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눈에 띄는 건 빙가다와 모라이스 감독 모두 포르투갈 출신이라는 점이다.

헝가리 출신 비츠케이 감독은 1991시즌 21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하는 등 압도적인 전력으로 부산의 3번째 우승을 이끌었다. 또 외인 최초의 K리그 감독상을 수상했다.

강력한 수비를 바탕으로 실리축구에 능했던 빙가다 감독은 부임 첫 해 서울에 우승을 안겼다. 빙가다 감독의 승률은 75.7%(25승6무6패)로 역대 외인 중 최고다.

백패스 없는 공격축구를 지향한 브라질 출신 파리야스 감독은 토너먼트에 유독 강했다. 그는 정규리그(2007년)는 물론이고 2009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도 석권하는 등 최고의 성과를 올렸다. 또 외인 최장수(5시즌)이자 최다승 감독(83승55무43패)이다.

모라이스 감독은 인터밀란, 레알 마드리드 등 유럽 최고의 팀에서 조세 무리뉴 감독(현 토트넘 홋스퍼)과 호흡을 맞췄다는 점에서 부임 전부터 관심을 끌었다. 최강희 감독 후임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2019시즌에 이어 2020시즌도 정상에 오르며 자존심을 지켰다.

축구 감독은 공을 중심으로 선수를 관리하는 직업이다. 공의 흐름과 선수의 움직임이 전술의 핵심이다. 그래서 굳이 국적을 따질 필요가 없다. 창의적이고 수준 높은 전술을 보여주면 그만이다. 눈높이가 상당한 수준인 국내 팬들도 외인 지도자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편이다. K리그 발전과 흥행에 도움이 된다면 선수뿐 아니라 유능한 외인 지도자를 데려오는 건 언제든 환영이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