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성 히어로’ 손준호·정태욱, 벤투 감독이 뽑을만했던 ‘K리그 수비왕’

입력 2020-11-10 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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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감독들이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 ‘밸런스’다. 공격과 수비가 균형을 이뤄야만 전력이 강해진다고 역설한다. 골을 넣기 위한 공격과 골을 막기 위한 수비는 결코 경중을 따질 수 없는데, 양쪽이 조화를 이뤄야만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대개 공격력은 한눈에 들어온다. 골이나 도움, 유효슈팅, 패스 등 개인 기량을 가늠하는 지표들이 다양하다. 또 포인트를 통해 공격수의 랭킹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수비력은 객관화하기가 쉽지 않다. 자신의 몸을 날려 상대를 막아내는 기량을 수치화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공격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하다. 다행히 최근엔 지표가 다양해지면서 수비수에 대한 평가 잣대가 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의 도움으로 2020시즌 K리그1(1부)의 수비력을 체크했다. 지상볼 경합·공중볼 경합·태클·인터셉트·클리어링·차단·획득·블락 등 8개 지표를 활용해본 결과, MF 중에선 전북 현대 손준호(28), DF 중에선 대구FC 정태욱(23)이 도드라졌다. 이들은 현재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에 발탁돼 오스트리아 원정 평가전을 대비 중이다.

‘K리그1 MVP’ 손준호는 기록으로도 존재 가치가 확연해진다. ‘지상볼 경합’에서 75회(경기당 3회)를 성공해 1위에 올랐다. 상대 선수가 소유한 볼이나 패스를 막아 루즈 볼로 만드는 ‘차단’도 171회(경기당 6.8회)로 전체 1위다. 그만큼 상대 공격의 흐름을 끊는데 큰 역할을 했다.

루즈 볼에 대한 소유권을 가져오는 ‘획득’도 291회(경기당 11.6회)로 1위다. ‘태클’은 33회(경기당 1.3회) 성공으로 2위고, 상대 볼을 가로채 자신의 볼로 만드는 ‘인터셉트’는 51회(경기당 2회)로 5위에 자리했다.



지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수비형 미드필더인 손준호는 이번 시즌 25경기에서 2376분을 뛰며 상대 공격을 막기 위해 온 몸을 불살랐다.

정태욱은 외국인 선수들과 비교해도 주눅 들지 않는 체구(194cm·92kg)를 자랑하며 대구 수비진을 이끌었다. 이번 시즌 27경기 전체를 소화하며 맹활약한 그는 ‘인터셉트’ 58회(경기당 2.1회)로 당당히 1위에 올랐다. 제공권뿐 아니라 발 기술도 뛰어나 상대 볼을 빼앗는 기술이 탁월하다.

상대와 몸으로 부딪힌 ‘공중볼 경합’에서는 119회(경기당 4.4회)로 2위를 마크했다. 이 부문 1위는 광주FC 공격수 펠리페의 174회다. 공격 중인 상대의 볼을 걷어내는 ‘클리어링’은 102회(경기당 3.8회)로 2위고, ‘차단’도 166회(경기당 6.1회)로 손준호에 이어 두 번째다. 또 상대 슈팅을 막는 ‘블락’(17회)과 ‘획득’(227회) 모두 6위에 랭크됐다.

세징야, 데얀 등 출중한 외국인 공격수들이 주목을 받는 대구에서 정태욱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벤투 감독이 올림픽대표팀의 정태욱을 월반시킨 것도 이런 수비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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