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다운] 베일 벗은 KT표 세리머니, ‘멋진 우리, 함께 미쳐보자!’

입력 2020-11-10 1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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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장성우가 9일 고척 두산과 플레이오프 1차전 0-0으로 맞선 2회 중전 안타를 때려내고 있다. 벤치에서는 검지를 빙빙 돌리는 ‘마법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KT는 PO를 앞두고 주장 유한준을 중심으로 세리머니를 골몰했고, 마법과 잘난 척 세리머니를 만들어냈다. 사진제공|KT 위즈

KT 장성우가 9일 고척 두산과 플레이오프 1차전 0-0으로 맞선 2회 중전 안타를 때려내고 있다. 벤치에서는 검지를 빙빙 돌리는 ‘마법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KT는 PO를 앞두고 주장 유한준을 중심으로 세리머니를 골몰했고, 마법과 잘난 척 세리머니를 만들어냈다. 사진제공|KT 위즈

정규시즌 종료 후 플레이오프(PO) 직행을 앞둔 시점, KT 위즈 선수단은 머리를 맞댔다. 지난해부터 포스트시즌(PS) 진출 팀의 트레이드마크로 여겨졌던 기발한 팀 세리머니를 만들기 위해서다. 정규시즌 때 쓰던 ‘비상 세리머니’가 있지만 팬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신작을 원했다. ‘캡틴’ 유한준은 통 크게 상금까지 내걸었다. PO 1차전에서 베일을 벗은 KT 세리머니의 메시지는 간단하다. ‘멋진 우리, 함께 미쳐보자’는 의미가 담겨있었다.

KT는 9일 고척 두산 베어스와 PO에서 2-3으로 분패했다. 비록 1차전을 내줬지만 경기 전까지 모두가 우려했던 얼어붙은 모습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가을 DNA가 가득한 두산과 8회까지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는 자체가 수확이었다. 이날 KT가 6안타에 그쳤기에 새로운 세리머니가 노출될 기회가 많진 않았다.

유한준이 앞장서 분위기를 이끌었으니 젊은 선수 대부분이 의견을 냈다. 황재균은 “내가 참가하면 상금은 무조건 내 차지가 되기 때문에 후배들한테 양보하겠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가장 센스 있는 의견을 내 상금의 주인공이 된 이는 송민섭과 강민국(이상 29)이었다. KT표 세리머니의 핵심은 ‘이원화’다. 우선 안타를 치고 나간 선수는 베이스 위에서 옆머리를 쓸어 넘긴다. 해당 아이디어는 송민섭이 냈다. 정규시즌부터 ‘이게 나다. 나 멋있지 않나?’라는 의미로 ‘잘난 체 세리머니’를 했다. 송민섭은 “정규시즌 사랑하는 예비신부의 의견으로 이 세리머니를 했다. 덕분에 자신감을 갖고 임하는 중”이라며 사랑꾼(?)의 면모를 드러냈다.

이를 지켜보는 덕아웃에서는 마법사가 지팡이로 주문을 걸 듯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린다. 이른바 ‘마법 세리머니’다. 이 아이디어는 강민국의 작품이다. 올 시즌 마법 같은 한 해를 보낸 KT의 상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여기에 강민국은 “우리 함께 미쳐보자는 의미까지 담겨있다”고 덧붙였다.

세리머니가 공개되기 전 ‘부주장’ 박경수는 “감독님부터 선수단 모두가 ‘팀 KT 위즈’를 강조한다. 우리 팀에는 팬들도 포함된다. 팬들과 함께 하고, 젊은 선수들의 긴장을 풀 수 있는 세리머니가 필요했다”며 “기사화가 되면서 팬들의 기대치가 커져 부담도 느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상금은 송민섭과 강민국이 반씩 나눠 갖기로 했다.

선수들의 집단지성(?)으로 탄생한 세리머니는 생각보다 많은 뜻을 담고 있었다. 특히 알토란같은 활약으로 힘을 보탠 백업들의 작품이라 더욱 의미가 담겨있다. 송민섭은 올 시즌 대주자와 대수비 위주로 114경기에 나서며 숨은 공신 역할을 했다. 강민국 역시 81경기에서 안정감 있는 수비를 뽐냈다. 특히 10월초 박경수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 이 공백을 완벽히 지워내며 팀의 정규시즌 2위에 기여했다. 박경수도 이에 대한 고마움을 숨기지 않았다. 이제 고척을 찾는 KT 팬들은 관중석에서 열심히 검지를 흔들며 함께 미칠 일만 남은 듯하다.

고척|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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