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11월 11일 GS칼텍스 흥국생명 혈투가 남긴 얘기들

입력 2020-11-12 14: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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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한국프로배구협회

2시간20분의 혈투가 벌어진 11일 V리그 여자부 GS칼텍스-흥국생명의 경기는 많은 화제를 만들었다. 경기 후 수훈선수로 방송 인터뷰를 한 흥국생명 김연경이 “오늘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본 관중과 시청자가 진정한 승자”라고 할 만큼 흥미진진했다. 이 경기의 케이블TV 시청률은 1.99%를 찍었다. 올 시즌 최고시청률이다. 같은 시간대 V리그 남자부 대한항공-현대캐피탈전은 0.70%, 남자프로농구 서울 삼성-원주 DB전은 0.06%를 각각 기록했다.

3세트를 제외하고는 팽팽했다. 흥국생명으로선 10일 코트적응훈련을 위해 장충체육관으로 이동하다 발생한 교통사고가 큰 액땜이 된 것으로 보인다. 구단 버스를 수리하느라 11일 관광버스를 타고 경기장에 도착했던 흥국생명은 5세트 8-12로 패색이 짙었던 경기를 뒤집었다. 10월 31일 도로공사와 홈경기에서 먼저 2세트를 내준 뒤 끈질기게 따라붙어 5세트 11-12에서 역전한 것보다 더 극적이었다.

흥분으로 얼굴이 상기된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이런 어려운 경기가 우리에게는 보약이다. 지지 않고 힘든 상황에서 버텨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감독조차 반신반의했지만 흥국생명 선수들은 고비에서 무너지지 않고 방법을 찾아냈다. 루시아의 어깨 부상 공백 속에 이룬 성과라 이날 추가한 승점 2의 가치는 어느 때보다 컸다.

사진제공 | 한국프로배구협회


김연경도 “포기하지 말고 서로 약속한 플레이에 전념하자고 다독였다”며 “상대팀들이 갈수록 준비를 철저히 해서 점점 힘이 든다. 보시는 분들은 재미있겠지만 이러다 죽을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비록 패했지만 GS칼텍스의 선전도 박수받기에 충분했다. 공격 트리오의 주축 강소휘가 허벅지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지만, 흥국생명과 대등한 경기를 했다. 특히 상대의 공격을 91번이나 걷어낸 수비는 1라운드 맞대결 때 기록했던 110개의 디그가 일회성이 아님을 확인시켜줬다. 흥국생명도 84개의 디그로 대응해 두 팀 수비가 만들어낸 랠리의 향연은 경기를 한층 흥미진진하게 했다. 이제 두 팀의 경기는 남자부 삼성화재-현대캐피탈의 클래식 매치처럼 V리그 여자부의 믿고 보는 경기로 자리 잡게 됐다.

여기에 김연경이 표현한 대로 얄미울 정도로 잘했던 이소영의 배구 센스와 지난 시즌보다 공격수치가 급상승한 V리그 최장신 러츠의 고공강타가 더해지면서 GS칼텍스의 경쟁력은 입증됐다. 흥국생명이 언제 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지금 여자부 각 팀의 전력은 종이 한 장 차이다. 그렇지만 지금이라면 GS칼텍스가 가장 먼저 연승을 막아낼 확률이 높다.

사진제공 | 한국프로배구협회


김연경이 경기 도중 보여준 2가지 행동도 화제를 낳았다. 경기를 보는 맛을 올리는 자극적 양념이었는데, 상황판단이 빠른 김연경이 제 목소리도 내면서 인정할 것은 인정했기에 논란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예상대로 11시즌 만에 V리그로 돌아온 김연경과 흥국생명은 2020~2021시즌 쉼 없이 화제를 만들고 있다. 남자부도 분발해야겠다. 팬들의 기대와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짜릿한 뭔가를 기대한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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