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던 흥국생명에게 위기가 찾았다. 5일 GS칼텍스전에서 외국인선수 루시아가 어깨 부상을 입었고, 흥국생명은 시즌 첫 패배를 당했다. 사진제공|KOVO
흥국생명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절대 1강으로 분류됐다. 이재영(26)이 건재한 데다 월드스타 김연경(32)과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세터 이다영(24)을 동시에 영입해 명실상부한 최강의 전력을 구축했다. 외국인선수 루시아 프레스코(29)는 김연경과 이재영의 공격부담을 크게 덜어줄 수 있는 카드였다.
그러나 흥국생명이 이번 시즌 소화한 총 44세트 중 루시아는 37세트만 뛰었다. 어깨 부상으로 컨디션이 완벽하지 않았던 탓이었다. 김연경과 이재영의 퍼포먼스가 워낙 뛰어난 터라 루시아가 풀가동되지 않아도 팀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부상이 장기화할 경우 양상은 완전히 달라진다.
루시아는 이번 시즌 경기당 9.91득점, 공격성공률 36.6%의 성적을 거뒀다. 16.7%의 공격점유율을 보이면서 만들어낸 기록으로는 준수하다. 김연경과 이재영의 부담을 덜어주는 이상의 역할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이 연승 행진을 중단한 것보다 루시아의 부상을 걱정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루시아는 5일 GS칼텍스전 1세트를 시작하자마자 어깨를 부여잡고 코트를 떠났고, 팀은 시즌 첫 패배를 당했다. 4세트 23-24에서 이다영이 5차례나 연달아 김연경에게 공을 띄운 것도 루시아의 부재와 무관하지 않다.
현재로선 김미연과 이한비가 루시아의 대체자로 꼽힌다. 김미연은 2019~2020시즌까지 팀의 주축 멤버로 뛰었다. 김연경이 합류하면서 백업 역할을 하고 있지만, 경쟁력은 충분하다. 2019~2020시즌에도 19.8%의 공격점유율을 보이며 경기당 11.15득점, 공격성공률 32%를 기록한 만큼 루시아의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자원임엔 틀림없다.
기록에 나타나듯 흥국생명은 김연경과 이재영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팀이다. 이들 2명 모두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김연경은 경기당 25.18득점, 공격점유율 31.8%, 이재영은 경기당 20.27득점, 공격점유율 34.9%를 기록 중이다. 공격의 시작점인 리시브도 마찬가지다. 이재영이 29.83%, 김연경이 23.07%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극심한 경기력 저하까진 아니더라도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체력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루시아가 점유율을 높이며 공격을 이끌어야 할 시기가 바로 이때다. 흥국생명이 루시아의 상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루시아의 공백을 채우는 것도 ‘절대 1강’의 위용을 증명하는 과정이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