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레이더] 판정의 일관성도, 자신감도, 전문성도 없다면?

입력 2020-12-15 14: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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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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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대전 충무체육관에 벌어진 ‘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 KGC인삼공사-현대건설전에선 13분간 경기가 중단되는 소동이 빚어졌다. 말이 13분이지 엄청난 방송사고가 난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무관중 경기가 펼쳐진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문제의 시작은 3세트 22-21에서 KGC인삼공사 지민경의 공격이었다. 현대건설 양효진과 김다인이 블로킹을 시도했고, 부심은 네트터치를 선언했다. 지민경의 공격은 상대 코트의 사이드라인쪽을 향했다. 선심은 아웃을 선언했다. 현대건설 이도희 감독은 심판 콜을 확인한 뒤 네트터치 여부에 대한 비디오판독을 신청했다.

판독 결과 현대건설 세터 김다인의 머리가 네트를 스친 것으로 나타났다. 머리카락이 네트를 스치면 터치가 아니다. 그러자 KGC인삼공사 이영택 감독이 인&아웃 비디오판독을 요구하면서 “리플레이 여부를 알려달라”고 했다. 심판감독관이 영상을 확인하면서 “인이었기에 심판이 비디오판독을 받아줘서는 안됐다”고 말해 일이 꼬였다. 이 발언은 여과 없이 중계방송을 탔다. 인&아웃 여부는 판독으로 정확히 가리면 되는데, 심판감독관이 먼저 공개적으로 심판의 판정을 인정하지 않았다.

더 아쉬운 것은 심판들의 태도였다. 확신 없이 머뭇거렸다. 경기장 전광판으로 영상을 봤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심판감독관의 발언을 떠나 공에 가장 가까운 위치였던 선심과 심판이 자신들의 판단을 먼저 믿거나 최소한 합의판정이라도 해야 하는데, 눈치만 보며 우물쭈물했다. 명쾌한 설명 없이 ‘아웃’ 결정마저 ‘인’으로 바꿨다. 이 감독은 “이럴 거면 왜 심판이 필요하냐. 영상으로 판정하면 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슷한 상황은 몇 년 전에도 있었다. 남자부 OK금융그룹 시몬의 공격 때 똑같은 상황이 2차례나 나왔다. 이 때도 시몬의 공격은 다이렉트로 코트에 꽂혔기에 네트터치가 아니라고 결정이 나면서 추가로 인&아웃 여부를 가렸다. 과거의 사례는 V리그 심판교육의 참고자료로 삼을 텐데, 어찌된 일인지 이번에는 그것을 기억해내지 못했다. 게다가 비디오판독 규정이 수정되면서 같은 플레이에서 추가판독이 가능한 상황으로 2개만 인정해주자 일이 더 복잡해져버렸다.

V리그에 처음 비디오판독 시스템을 도입했고 시몬의 사례를 기억하는 김건태 전 한국배구연맹(KOVO) 심판위원장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인삼공사의 인&아웃 비디오판독 요청을 받아주고 리플레이가 아니라는 점만 두 팀에게 확실하게 알려주면 끝날 평범한 상황”이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이날 모든 심판은 자신의 의견을 확실하게 말하지 못한 채 감독들의 주장에 휘둘렸다. 현장에는 심판실장도 있었다.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해결방법을 제시할 책임자가 있었는데도 대책은 없고 우왕좌왕했다.

요즘 감독들의 판정불신은 심각하다. 감독들은 공통적으로 판정의 일관성과 전문성 부족을 한탄한다. 그래서 유례없이 판정을 놓고 뒷말이 자주 나온다. 이는 사람의 문제일까, 시스템의 문제일까. 그동안 애써 쌓아올렸던 V리그의 공든 탑이 무너질까 걱정스럽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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